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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팔짱에…금융투자업계 재편 ‘올스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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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팔짱에…금융투자업계 재편 ‘올스톱’

입력
2018.03.05 04:4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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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형IB 단기금융 인가 지연

금융당국 논의조차 안 해

한투증권 이후 4개월째 전무

중소형 증권사 M&A 제동

당국, 자금조달구조 등 문제 삼아

사업 추진도 철수 결정도 못해

초대형 투자은행(IB) 지정과 중소형 증권사의 인수합병(M&A) 등을 통한 금융투자업계 재편 작업이 사실상 멈춰 섰다. 금융당국이 구체적 이유도 설명하지 않은 채 주요 현안에 대한 인가를 하염없이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과 핀테크 물결에 대응하기 위해 갈 길이 바쁜 금융투자업계에선 자칫 성장의 기회를 놓치는 것 아니냔 우려가 적잖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올 들어 네 차례 개최한 증권선물위원회에서 초대형 IB에 대한 단기금융업 인가 문제는 단 한 차례도 논의되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한국투자증권이 초대형 IB 지정과 동시에 국내 증권사 중 처음으로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은 이후 ‘2호’ 증권사는 4개월 째 나타나지 않고 있다. 초대형 IB와 단기금융업무 인가는 2016년 금융당국이 발표한 ‘초대형 IB 육성방안’에 따른 것이다. 자기자본 4조원 초과 증권사에게 1년 이하의 어음을 자기자본의 최대 200% 범위 내에서 발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단기금융업 인가를 내줘 기업금융 업무를 강화하고 증권사의 대형화를 유도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로 바뀌면서 관련 논의는 지연됐고 첫 인가도 예정보다 6개월 가까이 늦춰진 지난해 11월에야 나왔다.

가장 속이 타는 곳은 NH투자증권이다. 특별한 결격 사유는 없는데도 인가가 안 나오고 있다. KB증권은 지난해 12월 증선위에 ‘단기금융업무 불인가’ 안건이 상정되자 지난 1월 인가 신청을 철회했다. 합병 전인 2016년 5월 현대증권이 받은 일부 업무정지 처분의 정비기간(2년)이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삼성증권은 대주주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형사 재판이 진행 중이어서, 미래에셋대우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 몰아주기 조사가 이어지고 있는 상태여서 단기금융업 인가 심사가 보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가 신청 당시 KB증권은 올해까지 4조원, NH투자증권은 2조원의 어음을 발행할 계획이었지만 현재로선 모든 게 불확실한 상황이다. 이혁준 NICE신용평가 금융평가1실장은 “인가 지연이 장기화할 경우 발행어음시장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형 증권사의 인수합병(M&A), 자산운용사 지분 인수 등 금융투자업계의 구조 조정도 지지부진하다. 지난해 9월 SK증권 인수를 위해 대주주 적격성 승인을 신청했던 케이프컨소시엄은 자금조달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금융당국의 지적에 따라 인수 승인 신청을 최근 자진 철회했다. 케이프컨소시엄의 SK증권 인수 차질은 매각 주체인 SK그룹에도 부담이 되고 있다. SK증권의 지분을 보유한 SK는 지난달 초 공정위로부터 29억6,100만원의 과징금과 1년 내 주식 처분 명령을 받았다. SK가 2015년 8월 일반지주회사로 전환한 뒤 2년이 지나도록 금융회사인 SK증권의 지분을 처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DGB금융지주도 이달 중 현대미포조선으로부터 하이투자증권 인수를 마무리 지을 예정이었지만 금감원이 지난 1월 자회사 편입 심사 서류 보완을 요구하면서 차질을 빚고 있다.

단기금융업 인가를 기다리는 초대형 IB나 증권사 인수에 나선 DGB금융지주 등은 이미 유상증자, 채권 발행 등을 통해 일부 자금을 조달한 상태다. 금융당국의 인가가 계속 보류되면 이미 조달한 자금을 사용하지 못하고 묶어둬야 하는 증권사들에게는 그만큼의 기회비용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당국이 결정을 계속 미루는 애매모호한 상태에서 증권사들은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도, 철수 결정을 하기도 어렵게 됐다”며 “시장 활성화를 위해 금융위가 이런 불확실성을 없애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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