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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미세먼지 대책 유감

입력
2018.03.04 19:0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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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와 정치권을 뜨겁게 달구었던 서울시 미세먼지 대책을 둘러싼 논란이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서울시는 3차례에 걸쳐 총 150억원의 예산을 들인 대중교통 무료 정책을 더 이상 시행하지 않기로 했다. 처음부터 잘못된 정책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은 무리한 정책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세금낭비 논란을 빚었던 그 정책이 “미세먼지에 대한 시민의 인식을 바꾸고 변화를 이끌기 위한 투자비용”이라는 서울시장의 자평은 좀 당황스럽다. 이미 오래 전부터 미세먼지로 고통 받고 있던 시민들이 그 정책으로 인해 그 비용에 상응하는 무언가 다른 인식을 갖게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중교통을 무료로 하면 시민들이 자동차 운행을 줄여 미세먼지 발생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정책 효과에 대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실제 자동차 운행 감소 효과가 거의 0에 가까웠다면 이것은 누가 봐도 실패한 정책이다. 모르고 집행한 것이라면 무능한 것이고, 알면서도 강행했다면 매우 나쁜 것이다. 정치적으로도 결국 대중들에게 그 비용은 당신들의 주머니가 아닌 다른 어떤 사람들의 부담으로 조달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주지 않고서는 생존 가능하지 않은 정책이다.

미세먼지 문제, 원자력 안전 문제 등과 같이 과학적 불확실성이 수반되는 현대사회의 위험에 대해 바람직한 정책을 설계하고 집행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그 불확실성이 정책담당자로 하여금 효과도 없는 정책을 엄청난 비용을 들여 아무렇게나 집행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위험의 문제에 대해 국가가 사전 예방적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구하는 대중의 목소리가 정치적 힘을 얻게 되는 경향성에 대해서는 몇 가지 이론적 설명들이 있다. 개인들의 집합으로서 대중이 위험의 문제에 대해 본능적으로 보이는 편향에 관한 것이다. 주변에서 쉽게 노출되는 위험에 대해 더 높은 위험성을 부여하는 ‘가용성 휴리스틱(availability heuristic)’ 편향, 일반인들이 전문가들에 비해 독성물질의 위험성을 더 높게 평가하고, 위험하거나 안전하거나 둘 중 하나의 문제로 이해하려는 편향, 위험의 내용과 결과에 대해 잘 모르는 상황에서 주변의 상당한 숫자의 사람들이 믿고 표현하는 내용으로 쉽게 휩쓸리는 편향, 혼자 독립적으로 위험에 대해 평가하는 상황보다 비슷한 선호를 가진 사람들이 집단으로서 위험에 대한 평가를 하는 경우 그 위험성에 대한 평가가 더 극단적인 결론에 이르게 되는 편향 등이 그 예이다.

바람직한 정치의 과정과 행정의 역할은 위험에 대한 대중의 공포와 불안이 그대로 과잉되거나 실효성 없는 정책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적절한 균형을 잡아주는 것이다. 어떤 종류의 위험에 관한 것이든 그 위험에 대한 대책으로서 정책을 집행하는 데는 어김없이 비용이 수반되고 우리 주변에는 그와 같은 대책을 요구하는 수많은 서로 다른 위험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매우 불행하게도, 우리는 그 모든 위험에 대해 사전예방적인 조치를 취하는데 필요한 무한한 예산을 확보하고 있지 않다. 또 경향적으로 특정한 위험에 대한 대책은 그 위험에 대해서는 단기적으로 효과가 있을지 모르나 그로 인해 다른 부문에서 발생하고 있는 위험의 위험성을 높인다. 원자력의 위험을 줄이기 위한 정책이 석탄발전의 비중을 높임으로써 미세먼지 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드는 것이 그 예이다.

따라서 미세먼지 문제 등과 같은 위험의 문제를 고민하고 정책을 결정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그 정책으로 인한 비용과 편익을 국가적 차원에서 이해하고 정책의 유효성을 고민하는 덕목을 갖추어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그 덕목을 갖추지 못한 것이라면 무능한 것이고, 그 상황을 알면서도 강행하는 것이라면 공동체의 비용으로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도모하는 나쁜 것이다.

허성욱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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