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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경도, 사립대 교수도 ‘미투’… 광화문 울려 퍼진 외침

입력
2018.03.04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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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여성의날 앞두고… 제34회 한국여성대회 ‘3ㆍ8 샤우팅’

[저작권 한국일보]. 4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2018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제34회 한국여성대회'가 열리고 있다./배우한 기자 /2018-03-04(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 4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2018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제34회 한국여성대회'가 열리고 있다./배우한 기자 /2018-03-04(한국일보)

“성추행 당한 후배 여경을 돕다가 꽃뱀으로 낙인 찍혔다.”

“초등학교 4학년 당시 담임교사가 억지로 무릎에 앉히고 만졌다.”

성폭력 피해 고발 캠페인 ‘미투(#MeTooㆍ나도 당했다) 운동’이 문화계와 대학가, 체육계 각계로 확산되는 가운데 제34회 세계여성의날(3월 8일)을 앞둔 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도 울려 퍼졌다. 이날 한국여성단체연합이 주최한 한국여성대회 ‘3ㆍ8 샤우팅’(Shouting) 행사에서 성폭력ㆍ성추행 관련 피해자들이 발언대에 올라 피해 경험을 털어놓고 참가자들이 이들을 응원하면서다.

첫 번째 발언자로 나선 이모(18)양은 초등학교 4학년 시절 담임교사로부터 당한 피해 사실을 털어놓았다. 이양은 “초등학교 4학년 담임교사는 나의 몸을 만지고 무릎에 억지로 앉히거나 여자화장실까지 들어와 추행했다”며 “고민 끝에 외부 성교육 교사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그 교사조차도 ‘설마 선생님이 그랬겠어?’라며 무시했다”고 울먹이며 말했다.

경남 지역에서 20년째 경찰관으로 근무하는 임모씨는 후배 여경의 성추행 사실을 듣고 신고를 도왔지만 앙심을 품은 가해자가 자신을 ‘꽃뱀 여경’으로 몰았다고 밝혔다. 임씨는 “후배를 도와 조직 내 성 문제를 해결하려 했지만 상사는 ‘너 때문에 성과점수 꼴찌를 받게 됐다’고 질책했고 가해자는 나의 신상정보를 조직에 유포하거나 나를 ‘꽃뱀 여경’으로 몰았다”고 말했다. 이후 임씨는 보직을 이동해야 했다. 임씨는 이어 “저는 제 경찰 인생을 걸고 대한민국 경찰이라는 거대 권력에 맞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며 “제가 사랑하는 경찰이 진정한 민주 조직으로 바뀌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임씨는 실제로 경남 김해시 한 경찰서 앞에서 1월부터 1인 시위 중이다.

전직 사립대 교수도 피해를 폭로했다. 남정숙 전 성균관대 교수는 “교수도 성폭력을 당하겠냐고 하시겠지만 저도 많은 성폭력을 당해왔다”며 “과장이 되면 부장한테 당하고, 부장이 되면 전무한테 당하고, 사장이 되면 회장한테 당하는 것이 우리나라 여성들”이라며 눈물을 흘렸다.

진보정당 청소년 당원 출신으로 당내 여성혐오 문제를 공론화했다가 오히려 비난을 받은 이모(18)씨는 “정당 활동을 하던 당시 한 간부가 여성 당원 외모를 비하하는 글을 올린 적이 있다”며 “이를 공론화하고 비판했지만 당은 오히려 ‘당을 위해 의견을 덮을 줄도 알아야 한다’고 나를 비난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행사에는 1,500여명이 참석했으며 이들은 ‘#ME TOO’라고 적힌 모자를 쓰거나 #MeToo #WithYou(함께하겠다)라고 적힌 팻말을 들기도 했다. 참석자들은 샤우팅 행사가 끝난 뒤 ‘내 삶을 바꾸는 성 평등 민주주의를 위한 성폭력 근절’, ‘성 평등 헌법 개정’, ‘여성 대표성 확대’ 등 구호를 외치며 광화문 일대를 행진했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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