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꼴찌가 올해 1등으로 올라섰다.
여자배구 도로공사가 3일 경북 김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17~18 V리그 6라운드에서 흥국생명을 3대 0으로 완승하며 남은 경기와 관계없이 정규 시즌 1위를 확정했다. 2014~15시즌 이후 3년 만이다.
지난 시즌 도로공사는 여자부 6개 팀 가운데 최하위였다. 베테랑 이효희(세터)와 정대영(센터)이 건재했고, 국가대표 출신 미들블로커 배유나까지 영입해 막강 센터라인을 구축한 터라 팬들의 충격은 더욱 컸다. 두 차례 외국인 선수 교체가 치명타였다. 시크라가 부상으로 이탈했고 대체 선수 브라이언의 기량은 떨어졌다. 이 과정에서 브라이언 왕따 논란까지 거치면서 팀 분위기는 가라앉았다. 헐리를 새 외국인 선수로 긴급 수혈했지만 이미 시즌을 망친 뒤였다.
하지만 창단 첫 챔피언 등극을 목표로 한 도로공사는 이대로 주저앉지 않았다. 3차례 우승 경험이 있는 박정아(레프트)를 영입해 좌측 날개 공격을 강화했고 외국인 선수로는 V리그 최강 서버 이바나 네소비치를 지명했다. 그간 센터 위주의 공격에서 좌우 날개뿐만 아니라 강력한 서브와 후위 공격까지 다양한 공격 진용을 갖춘 것이다.
교체 선수들도 빛을 발했다. 여자부는 시즌 후반부로 갈수록 체력전 양상으로 전개되기 때문에 주전 선수들을 대체할 교체 선수들의 활약도 중요하다. 특히 팀 공격의 대부분을 맡으며 체력 소모가 많은 이바나와 박정아, 그리고 노장 세터 이효희(38)와 주장 정대영(37)의 자리를 유서연, 전새얀, 이원정이 고비 때마다 잘 메우며 체력 부담을 분산시켰다.
그런 의미에서 도로공사가 이날 일찌감치 정규 우승을 확정한 것 역시 챔피언 결정전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23일 챔피언 결정전까지 이바나는 어깨 통증을 치료하고 배유나는 무릎 재활에 돌입하는 등 주전 선수들은 몸을 추스를 충분한 시간을 벌게 됐다.
김종민 감독의 리더십도 빛을 발했다. 김 감독은 남자부 대한항공 감독을 맡다 여자부 도로공사로 옮긴 부임 첫 시즌에 최하위라는 수모를 겪었다. 당시 김 감독은 “여자 선수들을 대하는 방법에서 서툴렀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이번 시즌부터 개인보다 팀을 강조하는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선수들을 다독이면서 꼴찌팀을 2년 만에 우승으로 이끌었다.
도로공사는 6개 팀 가운데 V리그 챔피언에 오르지 못한 유일한 팀이다. V리그 원년인 2005년과 2014~15시즌에는 정규리그 우승을 하고도 정착 포스트시즌에서는 준우승에 그치는 등 유독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김종민 감독은 “정규리그 1위의 기쁨은 오늘 하루만 누리겠다”면서 “챔프전 우승을 위해 뛰겠다”라고 말했다.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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