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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배운 한 이제라도 풀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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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배운 한 이제라도 풀어야죠”

입력
2018.03.02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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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방림초교 입학 세 할머니

손자뻘 신입생과 학교생활 시작

강원교육청 “배움의 용기 존경”

2일 강원 평창군 방림초교에 입학한 박고이(왼쪽부터), 박경순, 전일옥 할머니가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학습계획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2일 강원 평창군 방림초교에 입학한 박고이(왼쪽부터), 박경순, 전일옥 할머니가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학습계획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어린 시절 전쟁과 가난에 휘말려 학교를 다니지 못한 산골마을 할머니들이 초등학교에 입학, 배우지 못한 한을 풀게 됐다.

화제의 주인공은 2일 강원 평창군 방림초교 신입생이 된 전일옥(77), 박고이(73), 박경순(65)씨. 한국전쟁에서 부모를 잃는 등 어려운 형편 탓에 배움을 포기해야 했던 세 할머니는 글을 배우기 위해 늦게 나마 용기를 냈다. 고지서 등을 읽지 못해 이웃 주민들의 도움을 받는가 하면 휴대전화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등 글을 깨우치지 못한 대가가 너무 컸기 때문. 세 할머니는 지난해 자녀들과 마을회관에 “이제라도 학교를 다니고 싶다”는 의지를 나타냈고, 학교 측이 도움을 줘 늦깎이 신입생이 됐다.

전 할머니는 “아홉살 때 전쟁이 나는 바람에 혼자가 돼 학교 문턱에도 가지 못했다”며 “한때 배움은 사치라 느낀 적도 있었는데, 지금 이렇게 책상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박고이 할머니는 “7남매와 손자 2명이 재학중인 학교를 입학해 감회가 남다르다”며 “늦게 시작한 공부인 만큼 뒤쳐지지 않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세 할머니의 도전을 응원하는 메시지도 이어졌다. 민병희 강원교육감은 축하 영상을 보내 “배움의 용기를 낸 세 분께 존경의 박수를 보낸다”며 “어르신과 손자가 함께하는 소중한 배움의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격려했다. 방림초교는 이날 세 할머니에게 책가방과 꽃 화분, 장학금을 지급했다. 학교 측은 “어르신들의 삶의 경험과 지혜가 재학생들의 인성 함양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평창=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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