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 기조 이어질 듯…다음 달 금리 인상 가능성도 열려
이주열(66) 한국은행 총재가 다시 4년 시험대에 서게 됐다.
이 총재가 추가로 4년 더 한은을 이끄는 만큼 통화정책이 급격히 바뀔 가능성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내외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더 정교한 통화정책을 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총재 연임으로 다음 달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도 열어둘 수 있게 됐다.
청와대는 2일 이주열 총재를 연임한다고 밝혔다.
이 총재의 후속 임기는 다음 달 시작된다. 국회 인사청문회 절차도 다시 밟아야 한다.
이 총재의 새로운 4년에 가장 크게 드리워진 먹구름은 한미금리 역전이다.
한은의 기준금리는 연 1.50%에서 동결된 상태다.
반면 이달 20∼21일(현지시간) 예정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정책금리를 연 1.25∼1.50%에서 연 1.50∼1.75%로 인상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이 경우 한미금리는 2007년 8월 이후 10년 7개월 만에 역전한다.
한미금리 역전은 한은의 통화정책 입지를 좁아지게 한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는다.
국내 경제 회복세는 공고하지 않은데 미국은 물가 상승세가 확대되면서 올해 금리 인상 횟수가 3회에서 4회로 늘어난다는 전망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 자금의 급격한 유출 가능성 등 금융시장 불안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미국이 금리를 올릴 때 한은도 금리를 가만히 내버려두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 총재는 국내 경제 회복의 불씨를 지키면서도 자금 유출 우려를 줄이는 정교한 통화정책을 펴야 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점차 거세지는 미국의 통상압박, GM의 국내 공장 철수 등 국내 경기 회복세의 발목을 잡을 요인들도 산적한 상태다.
미국은 올 초 수입 세탁기와 태양광 패널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한 데 이어 최근 수입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 관세를 부과하기로 밝히는 등 새해 들어 통상압박의 강도를 점차 높이고 있다.
1천450조원대로 불어난 가계부채 증가세를 어떻게 잡느냐도 새 임기를 맞게 될 이 총재가 고민해야 할 문제다.
특히 가계부채는 이 총재도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비판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이 총재가 재임하던 시절 경기 악화에 대응해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인 연 1.25%까지 내려가며 가계가 대출을 쉽게 받은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2%대 중후반대로 하락한 잠재 성장률을 어떻게 상승 반전시킬 수 있을지도 이 총재의 고민거리가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 총재의 새 임기가 시작된다고 해서 완화 정도를 축소하는 통화정책 방향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나마 이 총재가 연임되면서 다행인 점은 새 총재 적응 기간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그간 새 총재가 바뀌면 새롭게 임명된 지 2주도 채 되지 않은 때 열리는 다음 달 12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그러나 이 총재 연임으로 국내 경기 상황이 뒷받침된다면 4월 금리 인상도 불가능하지 않은 상황이 됐다. 이 경우 한미금리 역전 상황도 해소할 수 있게 된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대외적으로 자본유출 등을 잘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며 "국내적으로는 실업자가 늘어나고 경기가 아직 살아나지 않고 있는 만큼 재정정책과 잘 협력해 국내 경기를 고양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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