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정재호]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는 최문순 도지사/사진=임민환 기자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동안 누구보다 바빴던 사람이 대회 호스트였던 최문순(62) 강원도지사다. 하루에 많게는 30분 간격으로 최대 16개의 행사를 치르느라 눈 코 뜰 새가 없었다. 그를 지근거리에서 수행하는 강원도청 관계자는 “요즘 JYP(박진영 사단)의 수지보다 바쁘다”고 웃었다. 그러면서도 “이런 걸 좋아하신다”며 “강원도 지방 사람의 강단이라고 할까. 사람을 워낙 좋아하고 활동적이어서 강행군도 다 소화하는 스타일이다”고 덧붙였다.
언론인 출신의 최 지사는 전형적인 ‘외유내강’형이다. 평소 한없이 겸손하고 온화한 성품으로만 보이지만 내면에는 강인함과 독기가 서려있다. 사람을 대할 때면 허물없이 유쾌하고 재미있지만 속이 깊고 진중하다. 영호남에 비유할 만큼 전통적으로 영동ㆍ영서의 갈등이 심한 강원도에서 2회 연속 50%에 달하는 지지율(2011년 지방선거 51.09%ㆍ2014년 49.76%)을 이끌어낸 데는 그만의 독특한 카리스마가 크게 작용했다. 평창올림픽도 마찬가지다. 대회 기간 내내 자원봉사자들과 똑같은 옷을 입고 유치부터 마무리까지 발로 뛰어온 최 지사를 지난 2월 말 강릉 씨마크호텔에서 만났다.
-굉장히 바쁜 나날들을 보냈다. 하루 일정은 어떻게 되나?
“매일 다른데 아침에 와서 회의를 하고 경기장을 돌아다니거나 선수를 만나는 경우도 있다. 각종 재난, 노로 바이러스, 산불, 가뭄, 자원봉사자 등 이런 것들을 점검하면서 문제가 있는 것들을 해결하는 게 주요 일과이다. 30분 간격으로 하루 종일하면 10~16개 정도의 일정을 소화하게 된다. 대회 때는 숙소가 강릉이나 평창 근처에 있어 이동 거리가 짧으니까 그나마 다행이다. 피로가 누적된 채로 견디는 수 밖에 없다. 이게 오히려 편하다. 올림픽의 바쁜 분위기를 즐긴다. 나뿐만 아니라 직원들도 피로한 듯 눈들이 게슴츠레하다(웃음).”
-체력이 걱정될 정도이다.
“평소 마라톤을 하는데 한동안 못하고 있다. 패럴림픽 전에 운동을 해서 다시 체력을 비축할 생각이다. 패럴림픽도 멋지게 성공적으로 치러내야 하지 않는가”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평창올림픽을 되돌아본다면.
“작년 2017년 12월 31일로 되돌아 가본다면 군사적인 긴장이 극에 달했다. 외국선수들이 안전을 이유로 안 온다는 얘기도 있었다. 또 강추위 등 이런 변수들 때문에 걱정이 엄청나게 많았던게 사실이다. 지금 시점에서 보면 그런 것들이 사라지고 올림픽이 성공적으로 끝났다. 국내ㆍ국제 정치적인 의미와 경제ㆍ문화적인 의미를 포함해서 종합적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고 생각하면 두 달 만에 극적인 반전이 이뤄진 셈이다.”
-도지사(호스트)로서 이번 올림픽 개최의 의미가 누구보다도 클 것 같다.
“평창올림픽은 역사의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 상태라든지 긴장이 불러온 국내 정치적 분열, 스포츠의 역할에 대한 우려 같은 것들을 한꺼번에 전부 용광로처럼 녹이는 역할을 1차적으로 했다. 아직 패럴림픽이 또 남아있다. 한반도의 평화를 정착시키고 정치적 위상을 더해나갈 수 있다는 측면에서 역사가 우리한테 준 큰 선물이다.”
-북한과 화해 무드가 강원도에는 어떤 의미로 다가오나.
“북한의 참가를 가장 반긴 지역이 강원도라고 생각한다. 강원도는 전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도이고 북쪽에 인구가 더 많다. 한국 전쟁 때 피해가 컸던 지역이기도 하다. 전쟁이 끝난 이후에도 분단 피해가 많은 지역이다. 따라서 평화가 곧 돈인 지역이다. 그 동안 남북 대결 구도로 인해서 경제적인 발전도 더뎠다. 올림픽을 계기로 남북의 평화가 고착되고 경제적인 교류와 인도적인 교류를 늘려나간다면 강원도가 발전하고 남북 관계도 앞에서 이끌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올림픽이 강원도에 무엇을 남기게 되나.
“유산이다. 첫 번째 유산이 평화이고 두 번째 유산이 철도ㆍ도로ㆍ항만ㆍ공항 같은 SOC(사회간접자본)이다. 세 번째는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종합적으로 동계올림픽을 치를 수 있는 경기장들이다. 네 번째는 손님을 맞이하는 자세와 태도라든지 대회를 운영한 소프트웨어와 글로벌적인 체계이다. 그러나 이걸 소홀히 하면 나중에 큰 부담이 될 수도 있다. 다른 지역에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지금부터 정부와 체육계, 시ㆍ군이 힘을 합쳐서 얼마나 잘 유산으로 만들어 가느냐는 과제이다.”
최문순 도지사/사진=임민환 기자
-숙원 사업이던 KTX 경강선이 앞으로 강원도를 어떻게 바꾸게 되나.
“해방 이후에 철도가 깔린 적이 없던 곳이다. 처음으로 동서를 관통하는 철도가 생겼다. 그 자체로 오지로 남아있던 강원도가 수도권하고 연결점을 찾게 됐다는 점에서 국토의 이용도가 높아지게 됐다. 나라 전체에 도움이 됐다고 본다. 경강선은 주로 수도권 사람들이 이용한다. 전체적으로 국토 이용도가 높아져서 경제적으로 부가가치가 높을 것이다. 그 동안에는 남북으로만 있다가 동서로 처음 깔린 선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중국 쪽에서 한반도로 들어와서 북한과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으로 연결되는 경제ㆍ물류ㆍ관광 축이 생길 것이다. 이에 대비해 강원도는 북방 항로 노선을 뚫고 있다. 속초에서 블라디보스톡으로 연결된 뱃길을 준비하고 있다.”
-올림픽 경기장 사후 활용 방안은.
“여러 그룹들의 입장이 상반된다. 체육인들은 그대로 유지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예를 들어 윤성빈(24ㆍ강원도청)이 금메달을 딴 올림픽 슬라이딩 센터는 동양에서 유일한 시설이다. 이 시설이 있기 때문에 금메달을 딴 거고 이게 유지돼야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도 메달 딸 수 있는 것이다. 정부의 입장은 유지ㆍ관리 비용이 많이 드니까 주저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유지비용은 시설을 냉동하는 전기료 정도만 있으면 된다. 핵심 시설은 슬라이딩 센터, 스키 점프대, 빙상장, 하키장 등으로 그 비용이 연간 38억원쯤 된다. 어찌보면 큰돈은 아니다. 시설을 지을 때 돈이 적게 드는 전략형으로 지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체육인들의 바람대로 될 수 있도록 앞으로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환경 파괴로 논란이 많았던 정선 알파인 스키장도 있는데.
“전문가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스키장은 나중에 지은 걸수록 좋다고 한다. 기술이 좋아지니까 점점 가파르고 난코스로 만든다고 한다. 따라서 정선 스키장이 전 세계에서 제일 우수한 코스다. 국제스키연맹(FIS)이나 체육계는 유지ㆍ보존해 달라고 하고 환경단체에서는 복원하라는 요구가 충돌하는데 거의 합의가 많이 돼 있는 사안이다. 일부 복원하되 일부는 쓸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앞으로도 이런 경기장들을 이용해서 동계 아시안게임이나 유니버시아드, 군인 올림픽들을 유치할 예정이다. 그게 되려면 시설이 남아있어야 한다. 복원한다는 게 폐쇄한다는 뜻은 아니다. 관건이 되는 스키장 위쪽 면적을 정해서 한쪽은 경기장 기능을 유지하는 것이 전제이다.”
-사후 활용과 연관 지어 2021년 동계 아시안게임을 남북 공동으로 유치하는 것인가.
“앞으로 3년 남았다. 지금쯤 정해져 있어야 하는데 하려는 곳이 없다. 동계 아시안게임을 유치할 수 있는 나라가 사실상 한ㆍ중ㆍ일뿐이다. 총 8회를 했는데 일본 4번, 중국 2번, 한국이 1번하고 알마티(카자흐스탄)가 1번을 했다. 한국도 관심이 없었는데 남북이 같이 할 수 있으면 한 번 해보자는 것이 다. 참가 국가도 몇 개 안 되고 선수도 많지 않다. 비용이 많이 들지 않고 북쪽의 마식령 스키장을 쓰면 비용 대비 효과가 크지 않겠나. 마식령 스키장은 알파인 코스 길이 2.5~4.5km라고 한다. 엄청 길고 좋은 코스다. 다녀온 사람들로부터 호텔도 아주 좋다는 보고를 받았다. 이런 점들을 선수들이 높이 평가를 하는 것이다. 이걸 살려서 같이 하면 왕복 길도 열 수 있다. 우리 도에서 하는 일이지만 물론 다양한 의사 결정 과정을 거쳐야 한다.”
-어떻게 추진되고 어떤 복안을 갖고 있나.
“여러 협업을 같이 해야 한다. 서로 접촉을 해야 되니까 궁극적으로는 남북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는 여러 가지 상시 채널을 가지고 있어 내부 결정이 되면 구체적인 제안을 하고 그 다음 국제올림픽위원회(IOC)라든지 아시아스포츠최고평의회(OCA)의 의사 결정 구조를 따른다. 지금 흐름이라면 괜찮은데 남북 관계가 워낙 변화무쌍하다. 올림픽이 끝나면 과거처럼 돌아갈 우려도 없지 않다는 걱정이 있다. 따라서 여러 가지 평화를 위한 시스템들을 준비해야 한다.”
-평소 스포츠에 관심이 많은가.
“MBC에 있을 때 스포츠 기자를 2년 정도 했다. 요즘 스포츠는 과거보다 훨씬 더 큰 중요성을 지닌다. 정치ㆍ경제ㆍ문화적 의미를 다 담고 있다. 이번 올림픽만 해도 복합적인 성격으로 어느 때보다 강한 문화적 성격을 띤 것이 특정이다. 북핵 문제 때문에 유엔 제재라든지 이런 것들이 타이트하다. 스포츠만은 유일하게 제재 대상에 들어있지 않다. 북한에서도 유일하게 문 열어놓은 곳이 스포츠 분야다.”
-강원도의 생활 체육 현황과 도민들의 참여도를 알고 싶다.
“전문 체육과 생활 체육이 통합돼 일원화로 가고 있다. 생활 체육 강화가 국가 의료비를 줄이고 경제 효과를 수반한다. 모든 방면에서 장려를 하고 있다. 나부터 마라톤을 매년 몇 번씩 뛴다. 못해도 고정적으로 2번은 실천한다. 한창 많이 뛸 때는 21km였고 요즘은 10km나 5km를 뛴다.”
-조태룡 강원FC 대표이사가 구단주인 최문순 도지사만 믿고 여기 왔다고 했다.
“인연이 전혀 없었다. 한때 내가 축구 기자를 했을 때는 축구시장이 야구보다 더 컸는데 어느 순간 밀렸다. 축구는 그때나 지금이나 큰 변화가 없다. 그런데 세계적으로는 축구시장이 더 크다. 구단주로서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되나하고 보니까 역시 사람이라는 답이 나왔다. 그렇게 조 대표를 모시고 왔다. 처음에는 오실 줄 몰랐다. 강등돼서 2부 리그에 있는 열악한 시ㆍ도민 구단으로 스스로 온 것은 본인의 결단을 높이 평가한다. 나는 조 대표에게 고질인 정치를 완전히 배제하겠다, 자율적인 축구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재정지원은 힘들지만 최대한 하겠다고 했다. 그 동안 동네축구처럼 프로답지 않게 운영하는 것들이 굉장히 많았는데 이제는 재정의 투명성과 경영의 투명성이 갖춰졌다. 아주 불투명했던 스카우트 과정 같은 것들을 바로 잡아서 투명하게 하면 돈을 더 많이 투자할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한 사안이다. 투명해야 외부에서도 돈이 더 많이 들어온다. 그런 측면에서 조 대표가 본인의 철학과 생각을 빨리 접목시켜줬다. 잘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100% 만족한다. 시ㆍ도민 구단이라고 해서 안 될 건 없다. 여러 문제들을 단번에 해결하고 기업구단보다 더 프로답게 갈 것이다.”
-강원FC에 대한 향후 지원 계획은?
“조태룡 체제 이후 도비를 지원하는데 투명성 문제가 있던 걸 완전히 해결했다. 도회의에 가서 보고하고 성적을 내고 도민의 자부심이 커지면 도의 지원을 늘리는 걸 도의회에서 해주는 것이다.”
-초미의 관심인 강원도지사 3선 도전은 하는 것인가.
“평창올림픽이 이제 끝났다. 패럴림픽이 끝나고 나서 도민들께서 평가하시지 않을까. 공식적으로는 그 뒤에 입장을 밝힐 생각이다.”
-정치인으로서 목표가 있다면
“우리 도의 목표는 단연 평화다. 분단이 돼 있어서 평화가 곧 돈이다. 그리고 전쟁이 나거나 충돌이 있으면 가장 피해를 보는게 우리 도민들이다. 한국전쟁 때도 그랬다. 한국은 생산 가능 인구가 올해부터 줄어든다. 인구 절벽이 시작되고 생산 소비가 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남북 관계가 유일한 활로라고 생각한다. 특히 우리 강원도는 남북 관계를 여는 게 최우선 목표이다. 개인적으로는 더 큰 꿈을 그리기보다는 도지사 업무 잘하는 그것도 버겁다.”
-3주년을 맞은 한국스포츠경제 독자들에게 인사를 부탁드린다.
“제호부터가 우리 강원도와 지향하는 바가 너무 잘 맞는다. 스포츠가 중심에 있지만 경제이기도 하다. 강원도는 정치ㆍ국제ㆍ정치ㆍ군사ㆍ문화적 의미도 다 포함하고 있다. 앞으로도 스포츠의 의미가 커질 것이다. 강원 도민과 올림픽 가족들을 대신해서 큰 축하를 드린다. ”
창간을 축하하는 최문순 도지사/사진=임민환 기자
강릉=정재호 기자 kemp@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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