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 연기 목적 입학 요청한 듯”
경찰, 가수 조규만 등 검찰 송치
경희대 대학원 부정입학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아 온 가수 정용화(28)가 박사과정 전형에서 실기와 면접시험을 치르지 않고도 1등 합격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정씨는 의혹이 제기된 후 담당교수와 개별면접은 봤다는 주장을 펴왔다. 경찰은 정씨 측이 병역 연기를 목적으로 대학원 입학을 요청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정씨와 가수 조규만(48)씨, 중소해운업체 대표 김모(53)씨에 대한 부정입학 수사를 마무리하고 이들을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기소의견 송치했다고 2일 밝혔다. 부정입학에 관여한 대외협력처 부처장 김모(58)씨와 일반대학원 응용예술학과장 이모(49) 교수, 정씨 매니저 송모(34)씨도 같은 혐의로 송치했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와 김씨는 경희대 국제캠퍼스 일반대학원 2017학년도 수시전형 예술학과 박사과정, 조씨는 같은 학과 석사과정에 지원한 뒤 면접에 불참하고도 점수를 받아 합격했다. 학과장이자 면접심사위원장이었던 이 교수는 김 부처장 지시를 받고 이들의 점수를 최상위권으로 맞춘 뒤 이를 다른 면접위원 2명에게 일방 통보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정씨는 평가 총점 300점(석사성적, 면접성적, 실기성적 각 100점)에 280점을 받아 박사과정 지원자 중 1등으로 합격했다. 면접과 실기 시험이 동시에 이뤄지기 때문에 참석하지 않은 정씨의 면접과 실기 점수는 모두 0점 처리됐어야 했지만, 실제로는 면접 91점, 실기 98점 총 189점이 부여된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 역시 같은 방식으로 2등 합격했다.
경찰은 정씨가 2016년 9월 20일자 병무청 입영 통지서가 발부된 뒤 8월 26일 박사과정 이수를 이유로 연기를 신청했다는 점을 들어 군입대 연기 목적으로 대학원 입학을 시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씨 매니저 B씨가 평소 알고 지내던 대외협력부처장에게 정씨 입학을 부탁했고, 실제 2016년 7월쯤에는 정씨와 정씨 매니저, 부처장 세 사람이 만난 사실을 확인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다만 경찰은 학과장 이 교수 등이 부정입학자로부터 금품을 대가로 받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정씨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깊이 반성 중이지만 군입대를 연기하려고 한 것은 절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정씨는 현역 복무를 위해 5일 신병교육대에 입소한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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