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아델리펭귄 이동 추적
번식기가 끝나면 먹이 찾아
하루 평균 40㎞ 이상 헤엄
‘하늘을 날지도 못하는 새가 헤엄쳐봐야 고작해야 얼마나 가겠어?’
처음 펭귄 연구를 시작했을 땐 먼 거리를 이동하지 않는 텃새인 까치와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10월 번식기가 되면 번식지를 가득 메우던 펭귄들은 3월이 되면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고, 텅 빈 둥지만 남았다.
펭귄의 위치를 알아내는 가장 흔한 방법은 위성항법시스템(GPS)을 이용하는 것이다. 펭귄의 몸에 위성신호를 받아들일 수 있는 수신기를 부착하면 된다. 하지만 GPS장치는 전력 소모가 많아 배터리가 오래가지 못하고, 기계가 큰 편이다. 하루나 이틀 정도 펭귄이 다녀온 경로를 알기엔 적합하지만, 장기간 추적하기는 어렵다.
2009년 프랑스 펭귄연구자인 보스트 박사는 처음으로 ‘지오로케이터’를 이용해 펭귄의 이동경로를 추적했다. 이 장치는 빛을 감지하는 센서를 이용해 해가 뜨는 시각과 해가 지는 시각을 기록하고, 이를 계산해 대략적인 위도와 경도를 추정한다. 무게는 10g 미만으로 펭귄의 발목에 케이블타이로 묶어주면 최대 3년까지도 추적할 수 있다. 그는 마카로니펭귄이 인도양 커귤렌섬에서 번식을 마치면 동쪽으로 최대 1만㎞ 이상 이동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후 2010년 미국 펭귄연구자인 발라드 박사 역시 지오로케이터를 이용해 남극 로스해 아델리펭귄이 한 해 평균 1만3,000㎞를 이동하며, 최대 거리는 1만7,600㎞에 이르는 것을 알아냈다. 우리나라 연구원들도 세종기지 인근 펭귄마을에서 2014년부터 젠투펭귄과 턱끈펭귄에게 이 장치를 부착해 이동경로를 조사하고 있다. 하지만 빛을 이용하기 때문에 빛 조건에 따라 측정 오류가 발생하는 게 단점이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장치가 ‘아르고스시스템’이다. 스스로 신호를 발생시켜 인공위성에서 신호를 수집하게 하므로 다시 펭귄을 잡지 않아도 위성에서 수신된 정보를 분석해서 위치를 알아낼 수 있다.
2016년 11월 22일, 해양수산부 지원으로 남극 로스해 해양생태계보호를 위한 연구를 시작했다. 남극 케이프할렛에 번식하는 아델리펭귄의 이동경로를 알아내기 위해 총 10마리에게 아르고스 발신기를 부착했다. 펭귄 등에 달린 장치는 45초 간격으로 인공위성에 전파를 보냈고, 실시간으로 인터넷을 통해 펭귄의 위치를 파악했다.
이중 위치신호를 보내 온 것은 8마리. 분석 결과는 놀라웠다. 번식기 동안엔 둥지 20~30㎞ 떨어진 가까운 바다에서 먹이를 찾아 새끼를 키웠지만, 번식이 끝나자 바다가 얼지 않는 동쪽 방향으로 곧장 헤엄쳐 갔다. 특히 ‘163641’ 펭귄은 하루 평균 40㎞ 이상을 헤엄쳐, 약 한 달 만에 1,000㎞ 가량을 이동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펭귄 깃털에 붙인 장치가 떨어지거나 기기 작동이 멈추는 바람에 전체적인 이동경로를 밝히진 못했다.
남극의 여름은 따뜻하지만 겨울이 되면 바다가 얼어붙어 먹을 것을 찾기 힘들어진다. 따라서 한 겨울에도 바다가 얼지 않는 곳을 찾아 꽤 먼 거리를 헤엄치는 것으로 보인다. 펭귄은 비록 하늘을 날지는 못하지만 작은 날개를 열심히 저어 헤엄치는 장거리 이동 철새다.
이원영 극지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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