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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3주년 특집] 한류 4.0 시대, 빅데이터에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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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3주년 특집] 한류 4.0 시대, 빅데이터에 물었다

입력
2018.03.02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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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조사 결과 상위 3개 팀. 워너원, 트와이스, 더유닛(위부터 아래로) [한국스포츠경제 정진영] 바야흐로 한류 4.0 시대다. 드라마에서 촉발된 한류 1.0 시대를 넘어 K팝이 이끈 2.0, 중국 시장의 확장으로 다양한 산업과 결합하며 비즈니스 단계에 오른 3.0을 지나 일상성과 가변성, 확장성을 특징으로 하는 4.0 시대에 접어들었다. 4차 혁명과 함께 도래한 한류 4.0이라는 거대한 물결. 이 시대를 이끌어 갈 K팝 루키들을 둘러싼 빅데이터 자료를 통해 한류 4.0 시대에는 어떤 시장이 펼쳐질 것이며, K팝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지 분석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2018년 1월 1일부터 2월 25일까지의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상위 세 팀은 1위 워너원(언급량 19만4,506), 2위 트와이스(5만3,108), 3위 더유닛(4만6,295)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세 그룹을 관통하는 공통점이 하나 있는데,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통해 선발된 이들이라는 점이다. 최근 몇 년 동안 방송사에서는 새로운 그룹을 론칭하는 과정을 담은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방영해 왔다. 특히 프로젝트 그룹 아이오아이를 탄생시킨 Mnet '프로듀스 101' 시즌 1부터는 시청자들의 투표가 그룹의 형성과 멤버 발탁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워너원, 트와이스, 더유닛(유니티/유앤비)은 각각 '프로듀스 101' 시즌 2, Mnet '식스틴', KBS2 '아이돌 리부팅 프로젝트-더 유닛'을 통해 선발된 이들이다.

이러한 서바이벌 프로그램들은 한류 4.0의 특징을 잘 설명해준다. 기존까지는 '팀'이라는 하나의 구심점을 두고 멤버들이 모였다면, 이들은 각각의 팬덤과 개성을 가진 멤버들이 모여 팀을 '이루는' 식으로 형성됐다. 여기에 아이돌 그룹의 소비자인 시청자들이 직접 방송을 보고 멤버를 선정하는 투표에 참여했다는 점에서 이전까지 인기 그룹들과 사뭇 다른 결성 방식을 확인할 수 있다.

워너원 연관 키워드

그렇다면 이들을 둘러싼 빅데이터 자료들은 어떤 점을 시사하고 있을까. 먼저 워너원의 연관 키워드를 살펴보면 '포카(포토카드)'가 언급량 1만5,441로 1위를 차지했고, 양도(1만4,547), 앨범(1만1,971), 교환(1만786) 등이 그 뒤를 이었다. '포카'와 '앨범'은 팬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를 소비하는 다양한 방식의 일면을 보여주며, '양도'나 '교환' 등의 키워드에서는 팬들의 적극성을 확인할 수 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 보면 워너원의 연관 키워드 추출 결과 '포카'와 '키트' 같은 아이돌 굿즈 상품을 SNS 채널을 통해 양도하거나 교환하는 언급이 많았다.

10위를 차지한 유튜브(6,052) 역시 인상적이다. 세계 최대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인 유튜브는 그야말로 전 세계 K팝 팬들의 집결지다. 이 플랫폼은 사용자의 검색 및 시청 경험 등을 빅데이터로 축적해 이를 바탕으로 추천 콘텐츠, 메인 콘텐츠 등을 제공한다. 기존 미디어들이 시청자들에게 일방적으로 자신들이 보여주고 싶은 콘텐츠를 보여주던 것과 비교된다. 빅데이터와 개별 맞춤형 큐레이팅 서비스는 4차 혁명의 주요한 키워드 가운데 하나다. 워너원의 관련 키워드 상위 30개 가운데 플랫폼은 유튜브 하나라는 점은 그래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트와이스 연관 키워드

트와이스의 경우 유튜브가 연관 키워드 3위(2,808)에 자리하고 있다. 관련 키워드 1위가 조사 시기에 영향을 받은 골든디스크(5,140)라는 점을 감안하면 유튜브의 비중은 꽤 큰 셈이다. 이 역시 트와이스가 한류 4.0을 이끌어가는 그룹 가운데 하나라는 걸 보여준다. 이 외에 5위 음원(2,468)이, 6위 사진(2,389)이, 10위 음반(2,161), 11위 직캠(2,109), 14위 화질(1,907), 15위 영상(1,825) 등의 키워드가 상위권에 자리하고 있는데, 이는 팬들이 트와이스라는 그룹을 어떻게 소비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직캠'이나 '화질', '영상'과 같은 키워드는 주목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량생산이 아닌 소비자의 아주 세심한 부분까지 고려한 맞춤형 생산은 4차 혁명이 우리에게 가져오고 있는 변화다. 위 키워드는 K팝 역시 이 같은 소비 패턴과 궤를 같이 하며 변화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이제 팬들은 TV에서 공급하는 같은 콘텐츠를 일괄적으로 소비하는 대신 '직캠', '영상'을 찍어 공유하며, 영상이 담고 있는 대상 외에 '화질'과 같은 세심한 부분까지 고려한다. 트와이스가 어떤 곳에서 공연을 했다면 공식 영상 외에 화질과 구도, 음질 등을 고려해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직캠'을 찾아내 즐기는 게 한류 4.0 시대 팬들의 특징이다.

더유닛 연관 키워드

빅데이터 분석 기간 동안 최종 데뷔 조를 선정한 더유닛의 경우 투표가 언급량 2만3,043으로 연관 키워드 1위를 차지했다. 2위인 부탁드리다(1만5,128) 역시 투표와 같은 맥락인데, 소비자가 직접 상품 생산에 관여하는 적극적인 패턴을 보여준다. 4위 스트리밍(1만1,314)과 5위 직캠(9,542), 7위 인증(6,600) 등은 워너원, 트와이스의 연관 키워드들과 유사하게 적극성을 띤 소비 행태를 나타낸다.

워너원과 트와이스가 가장 많이 언급된 공간은 소셜 미디어(SNS)였다. SNS는 특정한 정보 제공자 없이 모두가 동등한 발화와 정보 교류의 기회를 갖는 채널이다. 4차 혁명 시대에서 빼놓을 수 없는 툴이기도 하다. 조사 기간 워너원의 언급량을 분석해 보면, SNS에서 언급된 양이 82.2%였고, 2위는 커뮤니티(8.9%)였다. 트와이스의 경우에도 SNS(49.3%)에서 가장 많이 이야기됐고, 그 다음이 커뮤니티(26.7%)였다. 정제된 정보를 일방향적으로 제공하는 뉴스의 경우 전체 언급량의 8.0%(워너원), 21.7%(트와이스) 밖에 차지하지 못 했다.

더유닛의 경우 SNS 언급량이 8.9%로 다소 낮았다. 대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의 언급량이 79.9%로 월등했는데, 이는 더유닛이 워너원과 트와이스에 비해 비교적 대중성이 약하고 마니아층 위주로 소비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물론 온라인 커뮤니티 역시 이용자들이 동등하게 의견을 교환한다는 점에서 SNS와 비슷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뉴스의 비중은 10.7%로 낮았다.

K팝 루키들의 빅데이터 분석 자료는 많은 의미를 시사한다. 한류 4.0 시대는 정보를 제공하는 구심점이 없고, 가용한 모든 자원이 콘텐츠와 결합될 수 있는 세상이다. 팬들은 더 이상 주어진 상황에 만족하지 않는다. 앨범을 구입해 포토카드를 모으고, 중복이 나오면 교환하거나 자신에게 없는 것을 양도 받는다. 영상은 자신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창조하거나, 원본을 재가공해 SNS로 공유한다. 소위 말하는 '덕질'을 하기 위해 굳이 어떤 장소, 어떤 사이트를 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다. 그야말로 자신의 주변에서 살아 숨쉬는 일상적인 한류다.

4.0 시대에 접어든 한류는 보다 다양한 형식으로 진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계 없는 확장과 변화의 가능성을 가진 한류 4.0 시대. 자신이 원하는 멤버로 자신이 원하는 조합의 그룹을 만드는 것을 넘어 인공지능(AI)으로 맞춤형 아이돌 가수를 창조하거나,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와 3D 공간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촉감을 느낄 수 있는 공존현실(CR)의 세상이 도래할 날이 머지 않았다.

사진=임민환 기자, OSEN

정진영 기자 afreeca@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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