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용ㆍ김홍범ㆍ이광주 등 거론
늦어도 12일 이전엔 후보 지명
美 통상압력ㆍ가계부채 등 숙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임기가 이달 31일 종료되면서 차기 총재 인선 작업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청와대가 이르면 5일 차기 총재 후보를 지명할 것이라는 관측 속에 어떤 인사가 통화정책을 관장하는 중앙은행 수장이 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외적으로 미국 금리인상이 가속화되고, 대내적으로는 경기 회복세가 미지근한 가운데 미국 통상압력, 가계부채 급증이라는 난제가 겹친 터라 차기 한은 총재에 거는 기대도 높은 상황이다.
1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차기 한은 총재 후보가 이달 5일, 늦어도 12일 이전에 발표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내달 1일 임기를 시작하려면 통상 20일 안팎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특히 대통령의 후보자 지명 후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인사혁신처와 국회에 인사청문요청안을 제출해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국무회의(매주 화요일 개최) 전날인 월요일에 후보자가 발표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2014년 취임한 이 총재 역시 월요일인 3월3일 후보 지명 사실이 발표됐다.
국회는 청문 요청을 받고 20일 이내 청문회를 연 뒤 3일 이내 경과보고서를 본회의에 보고하며, 국회의장이 이를 대통령에게 보내는 것으로 청문 절차는 마무리된다. 이 총재 청문회는 후보 발표 후 16일 뒤인 3월19일에 열렸다. 한은 총재 청문회는 2012년 한국은행법 개정으로 도입돼 이 총재 때 처음 적용됐다.
청와대가 총재 후보를 2,3명으로 압축하고 대통령 결정을 앞두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가운데, 시장에서는 유력 후보를 예상하는 하마평이 활발하다. 차기 총재 후보가 한은 출신의 내부 인사일지 외부 인사일지가 우선적인 관심사다.
외부 인사로는 박상용(67) 연세대 명예교수, 김홍범(62) 경상대 교수 등이 거론되고 있다. 박 교수는 참여정부 시절이던 2004~2006년 국민경제자문회의, 공적자금관리위원회에서 위원으로 활동했고, 2013년엔 공적자금관리위원장을 맡는 등 공공정책 영역에서 활발히 활동했다. 김 교수는 참여정부 때 재정경제부 금융발전심의회 위원(2000~2001)으로 활동한 금융정책 전문가로, 한국금융학회 회장(2014~2015)을 역임해 학계에서도 지명도가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이던 2011년 정부 금융감독혁신 태스크포스(TF) 위원으로 활동하다가 정부 방침에 반발해 사퇴한 이력도 있다.
내부 출신으로는 이광주 연세대 특임교수 등이 물망에 올랐다. 한은에서 국제국장, 국제 담당 부총재보를 역임한 ‘국제통’으로, 특히 부총재보로 재직하던 2008년 한미 통화스와프 계약 체결의 주역으로 활동했다. 각국 중앙은행 간 통화정책 공조가 중시되면서 총재의 국제적 인맥과 활동 역량을 바라는 한은 내부 분위기에 부합하는 인사라는 평이다. 높은 통화정책 이해도, 뛰어난 시장소통 능력을 앞세워 글로벌 금융위기 탈출 임무를 무난히 수행해온 이 총재에 대한 연임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러나 한편에선 현 정부의 ‘깜짝 인사’ 발탁 성향 등을 들어 의외의 인물이 한은 총재 후보로 지명될 것이란 견해도 적지 않다.
재임 기간 중 다섯 차례 금리 인하를 통해 경기 부양에 힘썼던 이 총재와 달리, 차기 총재는 지금의 경기 회복세를 살리면서도 미국의 통화긴축 정책 등 글로벌 시장 변화에 대응하는 임무를 맡아야 하는 상황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가 시장 예상대로 이달 기준금리를 올릴 경우, 차기 총재는 당장 한미 간 기준금리 역전이라는 난제에 부딪치게 된다. 국내적으로는 미국 통상압박, 한국GM 사태 등 3%대 성장 전망을 위협하는 악재와 1,45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를 관리하는 것도 한은 총재의 막중한 임무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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