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원장, 김영철과 소통 채널 구축
조 장관, 대북업무 공식 책임자
임 실장은 文 대통령 복심
문재인 대통령이 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대북특사 파견 계획을 밝힌 것을 볼 때 이미 내부적으로 특사 내정과 시기 조율은 끝난 것으로 관측된다.
당장 정부 대북라인 투 톱인 서훈 국정원장과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문 대통령을 대신해 평양으로 향할 인사로 유력시 된다. 서 원장은 평창동계올림픽 폐막식 참석 차 방남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소통채널을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로서는 남북 간 최고위급 채널 당사자인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달 10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등 방남한 북측 고위급 대표단에 “제가 이 두 분을 모신 것만 봐도 제가 남북관계를 빠르고 활발하게 발전시켜 나가려는 의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조 장관도 대북업무 공식 책임자이고 과거에도 통일부 장관이 특사로 방북한 경우가 많아 이번에도 대북특사가 될 수도 있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갈 가능성도 충분하다. 청와대는 이번 대북특사 파견이 김여정 제1부부장 방남에 대한 답방 형태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의 대리인 자격의 방북이라는 뜻이라면 문 대통령의 복심으로 꼽히는 임 실장이 적격일 수 있다. 이밖에 과거 남북정상회담 앞뒤에서 활약한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나 임동원 전 국정원장도 대북특사 후보로 거론된다.
특사 파견은 이르면 다음주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예상대로 4월 초 한미연합훈련이 시작되면 북미 또는 남북 간 군사적 긴장감이 다시 상승할 수밖에 없어 대북특사 파견을 마냥 늦출 수 없는 형편이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마련된 남북대화 모멘텀을 조금이라도 더 활용해야 할 필요성도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어찌됐든 양쪽의 대화를 만들어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더욱이 북미대화를 위한 조건을 둔 양국 간 입장 차는 점차 뚜렷해져 대북특사 파견을 서둘러야 할 상황이었다. 북한 정권 입장을 대변해온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이날 최근 방남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북미대화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는 언론 보도를 언급하며 “(미국은) 조선(북한)이 마치 제재와 압력에 굴복해 대화를 구걸한 것처럼 국제여론을 오도했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며 “궁지에 몰린 미국은 대국으로서의 체면을 유지하는 범위 내에서 한발씩 양보하면서 탈출구를 찾는 것이 불가피해졌다”고 주장했다.
이는 마크 내퍼 주한미국 대사대리의 발언을 겨냥한 것으로 읽힌다. 내퍼 대사대리는 전날 외교부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목표가 비핵화라고 명확히 표명되지 않은 대화는 원치 않는다”고 못을 박았다.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북미 간 입장 차이만 도드라지고 있다”며 “결국 김정은을 직접 만나 돌파구를 찾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북미 간 이견을 좁힐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은 만큼 북한 최고지도자의 ‘통 큰 결단’을 끌어내기 위한 과감한 수가 필요한 타이밍이란 뜻이다.
대북특사 파견을 통해 북미대화의 돌파구가 열리지 않을 경우 평창정국은 결국 내달 한미연합훈련 정국으로 넘어가게 된다. 다만 이 경우에도 북미대화의 추동력이 완전히 끊어지는 것은 아니란 지적도 나온다. 어차피 한미훈련 기간 북미ㆍ남북 간 군사적 긴장감 상승이 불가피한 만큼 일시적으로 북한을 강하게 압박해 태도 변화를 이끌어 내보자는 구상에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쉼 없이 전략도발을 해왔던 북한이 이를 멈추고 신년사를 시작으로 대대적인 평화공세를 펼쳤듯이 훈련기간 군사적 긴장감을 키운 뒤 다시 정국 전환을 시도해올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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