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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에서 살고팠던 독립운동가의 꿈이 현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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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에서 살고팠던 독립운동가의 꿈이 현실로

입력
2018.03.02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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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ㆍ기업ㆍ공무원 등 ‘십시일반’

원삼면에 여생보낼 보금자리 마련

1일 경기 용인 출신 ‘3대 독립운동가’인 오희옥(오른쪽) 애국지사가 고향 집 준공식에서 정찬민 용인시장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용인시 제공ㆍ뉴시스
1일 경기 용인 출신 ‘3대 독립운동가’인 오희옥(오른쪽) 애국지사가 고향 집 준공식에서 정찬민 용인시장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용인시 제공ㆍ뉴시스

“여생을 고향에서 보내고 싶다”는 경기 용인의 ‘3대(代) 독립운동가’ 오희옥(92ㆍ여) 지사의 꿈이 3ㆍ1절 이뤄졌다. 시민과 공무원의 성금, 기업의 재능기부 등이 하나로 모여 이룬 성과다.

용인시는 1일 오후 원삼면 죽능리 527-5번지에 오 지사가 거처할 1층 단독주택을 완공해 준공식을 열었다고 밝혔다. 주택은 438㎡ 대지에 방 2개와 거실, 주방을 갖췄다. 주택 입구에는 ‘독립유공자의 집, 지사님의 고귀한 희생에 존경과 경의를 표합니다’ 라는 글이 새겨진 나무 문패가 걸렸다.

오 지사의 고향집은 정부가 아닌 기초지방자치단체에서 시민과 함께 독립유공자를 위한 집을 마련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용인시는 수원 보훈아파트에 거주해온 오 지사가 “이젠 고향으로 돌아가 살고 싶다”는 작은 소망을 내비치자 지난해 ‘오 지사 고향 모셔오기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정찬민 시장과 공무원들이 자발적으로 성금 2,133만원을 모았고, 오 지사의 집안인 해주오씨 소종중에서 집터를 무상으로 제공했다. 용인독립운동기념사업회(100만원)와 원삼면 기관단체장협의회(500만원)도 후원금을 종중에 전달했다. 용인지역 기업들도 앞다퉈 재능기부에 나서 건축설계, 골조공사, 시공, 조경, 전기ㆍ소방설비를 담당했다.

오 지사는 이날 준공식에서 “동포들이 목숨을 바쳐 독립만세운동을 한 3ㆍ1절에 아름다운 집이 완공돼 감격스럽다”며 “집을 짓는 데 도움을 주신 용인시민과 시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용인시는 오 지사의 고향집 건립을 위해 애쓴 14개 기업과 단체에 감사패와 표창장을 전달했다. 정 시장은 “독립지사와 애국지사에게 감사하고 보살피는 것은 우리의 도리이자 의무”라면서 “오 지사님을 고향에 모실 수 있게 도움을 준 모든 용인시민에게 감사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오 지사는 용인 원삼이 고향인 할아버지와 아버지에 이어 3대째 독립운동을 벌였다. 할아버지 오인수(1867∼1935) 의병장은 1905년 한일병탄조약 체결 이후 용인과 안성 등지에서 독립운동을 하다가 일본군에게 잡혀 서대문형무소에서 옥고를 치렀다. 아버지 오광선(1896∼1967) 장군은 1915년 만주로 건너가 신흥무관학교를 졸업하고 대한독립군단 중대장, 광복군 장군으로 활약했다. 1927년 만주에서 태어난 오 지사도 두 살 터울인 언니 오희영(1925∼1970) 지사와 함께 1934년 중국 류저우(柳州) 한국광복진선청년공작대에 입대, 첩보수집과 일본군 내 한국인 사병을 탈출시키는 등 광복군의 일원으로 활동했다. 오 지사는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1990년 정부로부터 건국훈장 애족장을 받았다. 현재까지 생존한 여성독립운동가는 오 지사를 비롯해 유순희, 민영주 지사 등 3명이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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