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에 출마할 광역의원 후보자들이 뛰어야 할 운동장도 모른 채 선거를 치르게 생겼다. 2일부터 광역의원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는데 2월 임시국회가 선거구를 획정하지 못하는 바람에 벌어진 촌극이다. 지역구 광역의원 숫자에 불만을 품은 자유한국당 몇몇 의원들이 특위 논의를 지연시켜 본회의에 회부하지 못했다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국회 헌법개정·정치개혁특위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28일 광역의원은 690명, 기초의원은 2,927명으로 조정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소위에서 통과시켰다. 전체회의와 법사위, 본회의 통과 절차가 남아있긴 했지만 여야 원내대표 사이의 합의였기 때문에 누구도 처리를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당 소속 김재경 특위 위원장이 전체회의를 지연시키고 같은 당 소속 안상수 나경원 의원 등이 소위 통과안에 반발하면서 끝내 본회의에 부의하지 못했다. 특위는 1일 자정을 넘어 선거구 획정안을 의결했지만 이미 본회의가 산회한 뒤였다.
선거구 획정 불발 과정은 한 마디로 엉망진창이었다. 김 위원장은 특위를 배제한 ‘고공합의’에, 안 의원 등은 인천 지역구 광역의원 배정에 불만을 가졌다고 한다. 특위에서 벌어진 소동을 지켜보다 끝내 산회를 선포한 정세균 국회의장은 “의장의 부덕의 소치인지 모르겠으나 부끄럽고 참담하다. 국민 뵙기도 그렇고, 지방선거 준비하는 예비후보자 대할 면목도 없다”고 했다.
여야는 5일 원포인트 본회의를 열어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했지만 2일이 광역의원 예비후보 등록일이어서 당장 관련 업무 차질이 불가피해 졌다. 공직선거법은 국회가 중앙선관위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의 안을 토대로 선거일 6개월 전까지 광역의원 정수 및 선거구와 지방의원 정수를 확정토록 규정하고 있다. 이미 법정 시한을 넘겨 업무 공백을 초래하고 광역의회에서 조례를 통해 확정해야 할 기초의원 선거구 획정에도 지장을 준 국회의 직무유기 책임이 무겁다.
지방의회 선거구 획정이 지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4년 지방선거 때는 기초의원 예비후보 등록 개시일을 늦춘 적도 있다. 지방의원을 지역구의 친위조직으로 활용하는 국회의원들의 그릇된 정치행태에서 비롯된 적폐 때문이다. 국회가 법정시한을 밥 먹듯 어기는 것은 지방자치 원칙에도 정면으로 위배된다. 국회가 밥그릇 싸움에만 골몰한 채 계속 직무를 유기한다면 지방 의회 선거구 획정 관련 업무를 선거관리위원회나 독립적 민간기구에 이관하는 방안도 심각히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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