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중국 지도부가 장기 집권용 개헌안을 처리할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막을 앞두고 ‘공산당 영도’를 부쩍 강조하고 나섰다. 애국주의를 부추김으로써 개헌안을 둘러싼 논란을 비켜가면서 시 주석으로의 권력집중과 장기집권을 정당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1일 개헌 관련 보도를 일제히 중단했다. 대신 공산당의 영도를 적극 강조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전날까지 진행된 제19기 공산당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19기 3중전회) 소식을 전하면서 국가주석 임기 제한 폐지에 관한 개헌 내용은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통치체계의 현대화와 당의 전면적 지도 보장을 결의했다”고 보도했다. 관영 신화통신도 “중앙위원들은 신시대를 맞아 새로운 통치체계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당의 전면적인 영도를 견지해야 한다는 데 완전한 의견 일치를 이뤘다”고 강조했다.
이는 해외에서뿐만 아니라 중국 내부에서도 지식인과 중산층을 중심으로 시 주석의 장기집권을 보장하는 개헌에 비판론이 거세자 우회적으로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차원으로 보인다. 전날까지만 해도 포괄적으로 개헌을 언급하며 이를 옹호하던 관영매체들이 개헌이란 용어 자체를 쓰지 않는 대신 시 주석을 정점으로 한 공산당의 영도를 강조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 같은 기류는 전날 공산당이 19기 3중전회 결과를 발표하는 공보에서부터 시작됐다. 공보는 개헌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이 6차례에 걸쳐 당의 전면적인 영도를 반복했다.
중국이 공산당 우위 체제라는 점에서 볼 때 개헌 대신 공산당 영도를 강조하는 건 시 주석으로의 권력집중을 정당화하는 논리의 또 다른 표현이다. 실제 환구시보는 논평기사에서 ‘시진핑 핵심’이란 표현을 4번이나 언급하며 ‘결사옹호’해야 한다고 반복해 주장했다. 공산당 공보 역시 종엄치당(從嚴治黨ㆍ엄격한 당 관리) 등 시 주석이 강조해온 내용을 부각시키며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의 전면화를 촉구했다. 시 주석 1인 지배체제를 기정사실화함으로써 결과적으로는 장기집권의 토대가 될 개헌을 정당화하는 논리인 셈이다.
언론 통제도 더욱 심화하는 모습이다. 웨이보(微博)나 웨이신(微信)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개헌 반대로 해석될 만한 단어는 물론 시 주석을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디즈니 애니메이션 ‘곰돌이 푸’의 이미지마저 차단될 정도로 철저한 검열이 시행되고 있다. 대학 교수들에 대한 인터뷰 금지령에 이어 변호사들에게도 개헌 의제와 관련한 의견 제시가 금지됐다.
베이징(北京)의 한 외교소식통은 “국가주석 임기 제한 철폐 개헌에 대한 여론 주도층의 반발이 예상보다 거세자 중국 지도부가 공산당 영도를 앞세워 시진핑 1인 체제와 장기집권을 정당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 같다”면서 “오는 11일 전인대 전체회의에서 개헌안이 통과된 이후에도 서방에 맞설 강력한 중국을 명분으로 공산당의 영도를 강조하는 분위기는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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