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한반도 전문가들 분석
“북한, 한ㆍ미에 접근 노력은 이례적
미국은 일관된 외교로 관여해야”
“초기 대화를 위한 조건은 마련
북한, 핵보유 주장 땐 대화 끝나”
“오락가락 대북 메시지 모순적
조셉 윤 사임은 커다란 구멍”
북한이 최근 미국과의 대화 용의를 밝히고 있지만 평창 동계 올림픽 이후에도 북미 대화 가능성은 오리무중이다. 북한이 비핵화 논의에 나설지 여부가 확실치 않은데다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도 북미 대화 입장을 수시로 바꿔 외교적 해법에 대한 전략 자체가 있는지에 대한 의문마저 제기되고 있다.
“북한 행보 이례적…적극적 관여 필요”
북한의 대화 용의에 대해 비핵화 의사가 분명치 않더라도 미 정부가 적극적으로 관여해야 한다는 게 상당수 한반도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프랭크 자누치 맨스필스재단 소장은 28일(현지 시간)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어떤 나라도 초기에 자신의 최종 카드를 드러내지 않으려 한다”며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테스트하는 유일한 길은 끈기 있고 결연하고 일관된 외교로 관여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우드로윌슨센터의 방문 연구원이기도 한 케빈 그레이 영국 서섹스대 교수도 “북한이 당장 핵무기를 포기할 것 같지는 않지만, 미국과 남한에 접근하기 위해 집중적인 노력을 보이고 있다”며 “북한이 과거에 이런 노력을 했던 적이 있었는지 기억 나지 않는다”며 북한의 행보를 이례적인 것으로 평가했다.
“초기 대화 조건은 이미 충분”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적절한 조건 아래에서만 대화하겠다”고 선을 그었지만,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은 초기 대화를 위한 조건은 충분히 조성됐다는 의견을 보였다. 그는 “북한은 4개월 동안 어떤 행동도 하지 않아 사실상 도발 중단 상태”라며 “초기 대화를 위한 추가적인 조건은 필요치 않다”고 말했다. 이어 “고위급 레벨에서 북한과 직접 대화할 때까지는 그들이 품고 있는 생각을 모른다”며 초기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만 “북한이 핵 보유국을 주장하고 오직 그 전제 하에서만 협상을 할 것이라고 선언하면, 대화는 끝”이라고 예상했다.
그레이 교수도 “오바마 정부 이래로 미국은 대화의 전제 조건으로 비핵화를 요구해왔지만, 진정한 협상이 시작되기 전에 그런 항복을 요구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정부, 외교 공백 우려 커져”
트럼프 정부의 대북 압박 정책에 대한 미국 전문가들의 이견은 없다. 압박 정책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나오게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의 관여 정책은 여전히 모호하다. 북미 대화에 대해 ‘시간 낭비’(트럼프 대통령)에서 ‘북한이 원하면 대화 하겠다’(펜스 부통령)까지 메시지가 수시로 바뀌었다. 비핵화라는 원칙은 분명하지만, 이것이 협상의 목표인지 조건인지도 불분명하다. 매닝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정부는 북한과의 회담에 대해선 앞뒤가 맞지 않고 모순적이었다”며 “북한에 핵을 포기하라고 요구하는 것 이상의 외교 전략을 갖고 있는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정부가 구상하는 프로세스가 무엇인지 의문이며, 북핵을 해체하는 과정에서 ‘행동 대 행동’으로 포괄적 해법을 제시했던 2005년 합의(9ㆍ19 공동성명) 보다 더 좋은 아이디어가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가 ‘핵동결 입구ㆍ비핵화 출구’라는 2단계 해법을 내놓고 있지만 트럼프 정부는 비핵화가 목표인 압박 외에는 구체적 프로세스를 밝힌 적이 없다. 펜스 부통령조차 지난달 11일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어떤 조치를 취해야 제재를 경감 받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 “모르겠다. 그게 우리가 대화를 해야 하는 이유”라고 즉답을 피했다.
이 같은 외교 전략 부재에 대한 우려는 조셉 윤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사임으로 더욱 커지고 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라이언 하스 연구원은 이날 악시오스 기고문에서 “조셉 윤의 사임은 미국의 대북 전략 한가운데에 생긴 커다란 구멍을 다시 한번 환기시킨다”며 “북한과의 대화, 궁극적으로는 협상에 대한 믿을 만한 외교적 접근의 부재가 바로 그것이다”고 지적했다. 그레이 교수도 “좋지 않은 신호다”며 “더 강경한 인물이 그 자리에 앉게 된다며 더욱 그렇다”고 우려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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