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등학교 2학년이 되는 딸을 둔 A씨는 하루 밖에 남지 않은 개학이 두렵다. 1년 전 악몽이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딸은 등교시간만 되면 “배가 아프다” “머리가 지끈거린다”며 A씨의 속을 태웠다. 달래다가 윽박지르면서 아이를 학교에 보내놓고 출근하는 A씨의 마음이 좋을 리 없었다. 이번에는 딸을 더 잘 돌보려고 육아휴직까지 냈지만 뭐가 문제인지, 해결책이 없어 답답하기만 하다.
새학기가 되면 낯선 교실과 친구들에 적응하지 못하고 복통, 두통, 심한 경우 우울증이나 불안 증상을 보이는 아이들이 있다. 이런 증상을 흔히 ‘새학기 증후군’이라고 부른다. 아직 정식 질병으로 인정되지는 않았지만 많은 학생들이 겪고 있는 증후군의 일종으로 인식된다.
새학기 증후군의 원인은 친한 친구와 헤어지고 낯선 친구와 만나야 하는 스트레스, 공부에 대한 부담감, 특히 어린 아이는 엄마와 떨어져 학교 생활을 해야 한다는 불안감 등이 원인이 된다. 어린이들이 느끼는 대인관계 스트레스는 자못 심각하다. 요즘에는 몇몇이 모이는 친구들 그룹에 속하지 못하면 밥을 먹을 때나 놀이를 할 때 외톨이가 되기 십상이다. 심한 경우 적응을 못해 전학을 가기도 한다. 물론 전학도 근원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새학기에 겪는 이런 두려움과 중압감은 스트레스로 작용해 정신 상태와 면역체계까지 영향을 준다. 밥을 잘 안 먹고, 이유 없이 짜증을 내고, 잠을 깊이 못 잔다. 가슴이 답답하다고 말하거나 소변을 자주 보고 변비가 심해지는 아이도 있다. 눈을 계속 깜박이거나 코를 킁킁거리는 틱 증상을 보일 수도 있다.
새학기 증후군을 치료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부모의 세심한 접근이다. 아이가 학교생활에서 어떤 것에 두려움을 느끼는지 부드럽게 대화를 통해 알아가는 게 매우 중요하다. “쓸데 없는 일에 신경 쓰지 말아라” “공부만 열심히 하면 다 해결된다”며 같이 고민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충고만 한다면 아이는 적응이 더 힘들어진다. 적응하는 게 어렵다는 것을 인정해주고 잘 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생활습관도 학교 생활에 맞춰주는 게 좋다. 아이와 함께 가족들이 일정한 시간에 자고 일어나고, 일주일에 세 번 이상은 산책 등 운동을 하면서 체력을 기르는 것이 자신감을 찾고 새 환경에 적응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이강준 인제대 일산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학교에 가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나 걱정되는 것들을 이야기하면서 미리 대처하고 적응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볼 수 있다”며 “처음 1~2주가 중요하므로 이 고비를 잘 넘길 수 있도록 매일 학교생활에 대해 물어보고 부모와 떨어져 있지만 ‘항상 너에게 관심을 갖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나 일시적 증상에 머물지 않고 지속된다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도움이 받아야 한다고 이 교수는 덧붙였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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