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다’는 요즘 청소년층을 중심으로 많이 쓰이는 낱말이다. 일상에서 ‘오지게 맛있다’, ‘오지게 바쁘다’, ‘오지게 쉽다’, ‘가창력 오졌다’, ‘분위기 오지다’ 등의 표현을 흔히 접할 수 있다. 이때 ‘오지다’는 ‘놀랄 만큼 대단하다’란 뜻으로 쓰인다.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서는 ‘오지다’를 “허술한 데가 없이 매우 야무지고 실속이 있다.”로 풀이하면서, 예문으로 “그 해 겨울은 오지게도 추웠다.”와 “그 해에는 앵두가 가지마다 찢어지도록 오지게 달렸다.”를 제시하였다. 여기에서 ‘오지게’는 ‘놀랄 만큼 대단하게’로도 읽힌다. 그러니 요즘 유행하는 ‘오지다’를 무작정 새말로 취급할 수는 없을 듯하다.
그러나 ‘오지게 쉽다’와 ‘오지게 바쁘다’에서의 ‘오지다’를 사전에서의 풀이를 근거로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쉽고 바쁨’의 정도를 표현하는 ‘오지게’의 뜻을 ‘야무지고 실속 있게’로부터 연상하는 게 어려워진 것이다. 더구나 ‘분위기 오지다’에서처럼 ‘오지다’는 부사적 용법을 넘어 서술적 용법에서도 자연스럽게 쓰인다. ‘오지다’를 새말로 느끼는 것은 이러한 변화 때문일 듯하다.
사전에는 ‘오지다’의 유의어로 ‘올지다’가, ‘올지다’의 유의어로 ‘올차다’가 나온다. 각각의 본말로 ‘오달지다’와 ‘오달차다’도 나온다. 그런데 유사한 뜻의 여러 낱말 중에서 우연히 ‘오지다’가 청소년들의 입에 붙어 유행하면서 ‘오지다’에만 새로운 뜻이 추가되었다. ‘오지다’의 새 뜻은 유의어인 ‘올지다’와 ‘올차다’에 전이될 수 있을까? 어휘체계상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런 전이가 모두 체계에 따라 이뤄지는 건 아니다. 한 낱말의 변신과 유행은 대개 그 낱말이 지닌 발음과 어감의 특별함에서 비롯하기 때문이다.
최경봉 원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