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성추행 논란에 휩싸인 고은(85) 시인의 서재를 옮겨 놓은 서울도서관 ‘만인의 방’을 결국 철거하기로 했다.
서울도서관 관계자는 “최근 논란과 관련해 만인의 방을 철거하기로 결론이 났다”며 “구체적인 철거 시기는 이 공간의 용도가 정해져야 알 수 있다. 그 때까지는 우선 시민 접근을 막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재 만인의 방은 천으로 가려진 채 출입이 금지돼 있다. 서울도서관은 조만간 고은 시인 측에 철거 방침을 통보하고 이곳 전시를 위해 기증받았던 필기구, 안경, 모자, 육필 원고, 집필 자료, 도서 등 시인의 물건을 어떻게 처리할 지 협의할 방침이다.
만인의 방은 고은 시인이 자신의 대표작인 연작시 ‘만인보(萬人譜)’에서 따 직접 이름 붙인 공간이다. 시인이 25년간 만인보를 집필한 경기 안성의 ‘안성서재’를 재현한 곳과 기획 전시 공간으로 꾸며졌다.
그러나 고은 시인이 과거 수 차례 성추행을 저질렀다는 증언이 이어지고 이로 인해 교과서에서 그의 작품을 지우는 방안까지 검토되자 서울시 역시 고심 끝에 철거 결정을 내린 것이다.
시는 당초 이 공간을 3ㆍ1 운동 100주년 기념 사업의 하나로 만인보에 등장하는 독립운동과 항일 운동가를 조명하고자 조성했다. 이 같은 취지 때문에 99주년 3ㆍ1절을 앞두고 시가 조만간 해당 공간의 존폐에 대한 결정을 내리리라는 관측이 나왔다.
한편 고은 시인의 성추행 의혹으로 만인의 방 관람객 수는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도서관에 따르면 이곳 방문자는 요즘 하루 평균 80명에 이른다. 논란이 불거지기 전 평일 10∼15명, 주말 30여 명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최대 8배나 껑충 뛴 수치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