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갤럭시S9 외에는 이렇다 할 휴대폰 혁신을 찾기 힘들었던 올해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는 대신 눈길을 사로잡는 다양한 5G 활용 기술들로 채워졌다.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을 접목한 다양한 5G 서비스는 단순히 성능 테스트 수준을 넘어, 실생활에 활용될 가능성을 보여줘 5G 시대가 성큼 다가왔음을 실감케 했다.
올해 MWC 행사장에서 관람객이 가장 북적인 곳은 ‘5G가 다가온다(Here comes 5G)’를 주제로 잡은 일본 통신업체 NTT도코모 부스 앞이었다. 5G의 초저지연(low latency) 기술을 이용해 센서를 착용한 사람 행동을 시차 없이 그대로 재현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공연을 펼칠 때마다 부스 앞에는 관중이 구름떼처럼 몰려들었다. 로봇은 사람을 따라 ‘꺾기춤’을 추기도 하고, 종이에 붓글씨를 쓰기도 했다. NTT도코모 관계자는 “원격의료나 건설현장 등 다양한 곳에서 활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아직은 움직임이 자연스럽지 못하고 약간의 시간 지연이 발생하고 있어 상용화에는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됐다.
중국의 화웨이는 드론 기술에 4.5G 네트워크를 접목한 플라잉 택시 ‘이항(Ehang)’을 전시했다. 부스가 다소 구석에 있었음에도 세계 각국에서 온 관람객들은 이항 앞에서 기념 사진을 찍기에 바빴다. 이항은 조종자가 없어도 사람을 태우고 300m 높이에서 최대 41㎞를 날아갈 수 있다. 화웨이 관계자는 “자동차가 날아다니는 미래의 ‘스카이 시티’를 가능하게 할 기술”이라며 “4.5G에서 5G로 넘어가면 통신 지연 시간이 단축돼 훨씬 안전성 높은 비행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모바일’ 전시회라기보다 ‘모터쇼’에 가까울 정도로 자동차 전시가 즐비했던 점도 이번 MWC의 특징이다. 세계적인 자동차 경주 대회 포뮬러원(F1)의 슈퍼카 두 대부터, BMW, 벤틀리, 벤츠 등이 모두 5G를 기반으로 한 커넥티드카로 변신해 전시장에 도착했다. 세계 1위 휴대폰 반도체 업체인 퀄컴은 전시장 입구에 캐딜락 콘셉트카를 전시했다. 카메라와 센서를 이용해 주변을 인식하기 때문에 사이드 미러를 아예 없앴으며, 차 안에 설치된 액정에는 5G 통신 모뎀칩인 ‘스냅드래곤 X50’을 이용한 다양한 인포테인먼트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었다. 커넥티드카에 비해 자율주행차를 선보인 곳은 많지 않았는데, 셰리프 하나 퀄컴 엔지니어는 “아직 자율주행차는 상용화할 수 있을 정도로 수준이 높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AI는 이제 혁신보다는 일상생활의 편리한 도구로 정착해 가는 모습이었다. NTT도코모의 AI 기반 디바이스 ‘윈도우 가젯’이 대표적인 예다. 투명한 디스플레이에 술병을 비추기만 했는데도 술과 관련한 간략한 정보가 제공됐다. 기기를 사이에 두고 양쪽에서 다른 언어로 말을 하자, 투명 판넬 위에 각자의 언어로 번역된 대화 내용이 표시됐다. 영국 통신회사 보다폰은 의류업체 망고와 협업해 ‘스마트 피팅 룸’을 선보였는데, 거울 앞에 서기만 해도 날씨 등 환경과 나의 체형에 어울리는 옷을 추천해주는 기능에 많은 여성 관람객이 관심을 보였다.
독자적인 AI 기술보다 구글의 음성비서 서비스 ‘구글 어시스턴트’를 받아들인 곳도 많았다. 화웨이, LG전자, 소니 등이 모두 구글 어시스턴트를 전면에 내세우며 AI 기능을 강조했다. 구글 관계자는 “구글 어시스턴트를 탑재한 스마트 기기는 일상생활 속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면서 “앞으로는 아침에 눈을 떠서 감을 때까지 구글 어시스턴트의 도움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르셀로나=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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