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만ㆍ송은범ㆍ송지만 등 배출
37년 서흥초 야구부 역사 속으로
“운동장ㆍ지원 독점하고 교육 경시”
운영위, 압도적 표차로 해체 결정
전문가 “사회체육서 운동 즐기고
재능 발굴ㆍ육성하는 시스템 돼야”
밀워키 브루어스에서 메이저리그 재진입을 노리는 최지만부터 송은범(한화 이글스) 최금강(NC 다이노스) 송지만(넥센 히어로즈 코치) 등을 배출한 37년 전통 인천 서흥초등학교 야구부가 28일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운동부 소수 학생들이 운동장을 독차지하는 문제 등으로 학부모들이 충돌해 결국 ‘해체’로 까지 이어지는 과정은 위기에 처한 학원스포츠 현실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27일 인천 남부교육지원청과 서흥초에 따르면 이 학교 야구부 학부모회는 지난 22일부터 학교 앞에서 ‘야구부를 지켜달라’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학부모회는 야구부 해체를 결정한 학교 측에 맞서 진정도 냈고, 인천시교육청이 감사에 착수한 상태다.
야구부 해체 논의가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은 2016년 3월이다. 김지국 현 교장이 부임해 야구부가 다른 학생 안전을 위협하고 운동장에서 놀 권리를 침해한다며 다른 학교로 야구부를 옮기는 방안 등을 야구부 학부모회와 교육청에 제안한 것이다.
야구부 위장전입 논란도 제기됐다. 다른 지역에 거주하면서 주소지만 옮긴 야구부원들이 적지 않다는 근거에서다.
이에 김 교장은 2016년 말 학교운영위원회를 통해 야구부원 위장 전입 불가 방침을 밝혔고, 지난해 6월에는 야구부 입단 학생들의 위장 전입 여부를 조사해달라고 동 주민자체센터에 요청했다. 초ㆍ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르면 중학생 이상 체육특기자는 주소를 옮기지 않더라도 운동부가 있는 학교로 전학이 가능하지만 초등학생은 거주지 인근 학교에만 다닐 수 있다.
지난해 7월에는 일부 학부모들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학교 밖 연습장 확보가 안될 시에 야구부를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직원회도 지난달 17일 ‘조건 없는 야구부 해체’를 투표에 붙여 찬성 32명, 기권 1명으로 통과시켰다. 야구부가 연습공간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훈련과 경기를 우선시하며 교육활동 참여를 경시했다는 이유였다.
결국 서흥초는 지난 5일 운영위를 열어 찬성 9표, 반대 1표로 야구부를 28일자로 해체하기로 결정했다. 김 교장은 “야구부 학생들이 다른 학교 운동부로 옮길 수 있도록 추천서 발급 등 최선을 다해 돕겠다”고 했다.
야구부 학부모회는 학부모가 학교 밖에 연습장을 확보하는 것은 예산 등 문제로 불가능한 상황에서 학교 측이 제대로 된 절차를 밟지 않고 일방적으로 야구부 해체를 결정해 야구부원들이 피해를 입게 됐다고 주장했다. 해법을 찾아야 할 교육청은 “운동부 운영에 막대한 예산이 들고 학부모 반대 민원이 많아 야구부를 떠맡을 학교가 없다. 운영위에서 결정된 사안인 만큼 교육청에서 관여할 수 없다”는 이유로 손을 놓고 있다.
서흥초 야구부의 해체는 소수 운동부 학생이 운동장과 학교 지원을 독차지한 것이 발단이 됐다. 이로 인해 다수의 학생이 운동장을 사용할 권리를 빼앗겼음에도 이들의 불만과 목소리를 외면한 현실은 엘리트 체육에만 집중하는 한국 체육계의 축소판이라는 지적이다.
고문수 경인교대 체육교육과 교수는 “학교 운동부는 학교 지원이 소수에게만 지원되는 문제 등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라며 “운동부만이 아닌 스포츠클럽 등 다양한 시설에서 운동을 즐기고 그 중에서 재능이 있는 선수들을 뽑아 육성하는 선진국형 시스템으로 변화하지 않는 한 제2의 서흥초 사태는 언제라도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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