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선생, 여성 문인들 앞에서…”
최영미 시인은 원로 시인 성추태 추가 폭로
제자 성추행 의혹을 받고 있는 배우 조민기(53)씨가 형사 입건됐다. 조씨는 의혹이 제기된 지 7일 만에 잘못을 시인하는 사과문을 발표했다.
충북지방경찰청은 조씨를 강제추행 등의 혐의로 입건하고 피해자들을 상대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27일 밝혔다.
경찰은 조씨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A씨 등 청주대 학생과 졸업생 7~8명을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했다. A씨 등은 경찰 조사에서 성추행을 당한 시점과 장소 등을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경찰이 파악한 성추행 피해자는 1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조씨 규탄 성명을 발표했던 청주대 연극학과 졸업생들은 변호사를 선임, 법적 대응에 나섰다. 경찰은 커피숍 여직원 B씨가 조씨에게 ‘강간 미수 피해를 입었다’고 폭로한 부분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조씨가 대학 교수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상습적으로 성추행을 한 정황이 있다”며 “피해자 진술을 추가로 더 확보한 뒤 조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조씨는 이날 사과문을 내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제 잘못입니다”라며 “저로 인해 상처를 입은 모든 피해자 분들께 진심으로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리며 앞으로 제 잘못에 대하여 법적, 사회적 모든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습니다”라고 밝혔다.
‘괴물’이라는 시로 ‘미투(#MeTooㆍ나도 당했다) 운동’을 문화계 전반에 확산시킨 최영미 시인은 이날 한 일간지 기고문을 통해 문단 거물의 성폭력을 세세히 고발했다. 최 시인은 글에서 “내 입이 더러워질까봐 내가 목격한 괴물선생의 최악의 추태는 널리 공개하지 않으려 했는데, 반성은커녕 여전히 괴물을 비호하는 문학인들을 보고 이 글을 쓴다”며 En이라는 원로시인이 1990년대 초반 서울 종로 탑골공원 한 술집에서 여성 문인들이 보는 가운데 자위행위를 하는 모습을 묘사했다.
‘미투’ 폭로는 이날도 계속됐다.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연극원 한 학생은 2014년 김모 교수가 학생들과 등산을 한 후 가진 술자리에서 자신의 허벅지에 손을 올리는 등 성추행을 했다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고발했다. 한예종 전・현직 교수가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되기는 김석만 연극연출가, 박재동 화백에 이어 세 번째다. 연극배우 엄지영은 27일 오후 JTBC ‘뉴스룸’에 출연해 배우 오달수씨에게 모텔에서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26일 같은 방송에서도 오씨의 성추행 폭로가 있었다. 오씨의 소속사 스타빌리지엔터테인먼트는 “사실 관계 확인 후 입장을 정리해서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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