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정부 성폭력 근절 보완대책
공공부문 신고자 2차 피해 없게
100일간 특별센터 운영 접수
연루된 문화예술계 인사들은
정부 사업 배제하는 방안 추진
민간부문 대책은 내주 발표
성폭력 피해를 고백하는 미투(#MeTooㆍ나도 당했다) 운동이 전방위로 확산되자 정부가 여성가족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범정부협의체를 만들기로 했다. 성폭력 범죄로 300만원 이상 벌금형이 확정된 공무원은 즉시 퇴출하고, 성폭력에 연루된 문화계 인사들은 정부 지원금을 끊는 방안도 추진된다.
여성가족부는 27일 교육부ㆍ행정안전부ㆍ인사혁신처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이런 내용이 담긴 ‘공공부문 성희롱ㆍ성폭력 근절 보완대책’을 발표했다. 정부의 성폭력 관련 대책이 각 부처에 흩어져 유기적 대응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따라, 범정부협의체를 구성해 성희롱ㆍ성폭력 근절 대책 컨트롤타워로 운영하기로 했다.
우선 공공부문 내 성폭력 피해자가 인사 불이익 같은 ‘2차 피해’ 없이 사건을 신고할 수 있도록 한국여성진흥원 내에 ‘직장 내 성희롱ㆍ성폭력 특별신고센터’를 만들고 오는 3월1일부터 100일간 접수를 받는다. 접수된 사건은 여가부가 관계기관에 조치를 요청하고, 피해자를 성폭력피해상담소ㆍ해바라기센터 등과 연계해 2차 피해로부터 보호하고 의료ㆍ법률 서비스 등도 지원한다.
성범죄를 저지른 공무원에 대한 제재도 강화한다. 올해 말까지 국가공무원법을 개정해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성폭력 범죄’로 돼 있는 공무원 당연퇴직 사유를 ‘모든 성폭력 범죄(성폭력처벌법 제2조)’로 확대하고 300만원 이상 벌금형을 받은 모든 성범죄자를 공직에서 퇴출하기로 했다. 성희롱으로 징계 받은 공무원은 실ㆍ국장 등 관리자 직위에 가지 못하도록 보직을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이날 정부는 ‘미투’ 운동의 중심인 문화예술계와 학계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책도 일부 발표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교육부가 각각 성폭력 피해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교육부는 모든 대학의 성폭력 신고센터 운영실태를 조사하기로 했다.
특히 문체부는 성폭력에 연루된 문화예술계 인사에게 정부 사업을 맡기지 않고 정부 지원금도 주지 않는 방안을 추진한다. 거물 예술가들은 그간 정부에서 후한 지원을 받았다. 이윤택ㆍ오태석 연출가와 고은 시인이 지난해 문체부에서 받은 지원금은 8억7,000만원에 달한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소속 자유한국당 곽상도 의원이 이날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이 연출가에게는 6차례에 걸쳐 4억4,600만원이, 오 연출가에겐 7차례 4억87만원이 지급됐다. 고 시인은 예산 2,100만원과 별도로 작품 번역ㆍ출판 지원도 받았다. 문체부는 또 올해부터 정부 지원 문화예술 사업에 참여하는 인사들이 성폭력 예방 교육을 받는 것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정현백 여가부 장관은 “내주 중으로 민간부문 대책도 발표될 것”이라며 “각 부처별 신고센터가 잘 작동되는지 점검하고, 다른 부처가 적극적으로 대처하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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