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지역 등 사제 부족 심각
1인당 신자 수 7000명 넘기도
“전통 훼손” 보수파 반발이 관건
내년부터 남미 가톨릭 신도들은 결혼한 신부님이 집전하는 미사에 참가해야 할 지도 모르겠다. 교황청이 남미 지역의 만성적 사제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혼 남성에게도 사제 서품을 허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나서면서다. 최초의 남미 출신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의지를 드러내고 있어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바티칸 교황청은 내년 10월 특별 주교회의를 소집해 브라질 아마존 등 오지 지역의 사제 구인난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는 자연스레 기혼 남성 신도를 사제로 임명하는 방안이 주요 의제가 될 전망이다.
지난해 4월 프란치스코 교황은 언론 인터뷰에서 “신앙이 검증된 기혼남성, 소위 ‘비리 프로바티’(Viri Probati)에게 사제 문호를 개방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성이 있다”며 “이들을 오지에 보내 사목 활동을 장려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고 밝힌 바 있다.
바티칸이 스스로의 금기를 깨려는 배경에는 갈수록 줄어드는 ‘사제 기근’ 때문이다. 사제의 결혼을 금지한 가톨릭 독신주의는 만성적 사제 부족 문제를 야기하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실제로 독신주의에 대한 반감으로 젊은 성직자들이 사제의 길을 포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가톨릭 신도가 대부분인 남미 지역은 제대로 된 종교 활동이 이뤄지지 못할 정도로 사제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 사제 1인당 평균적으로 담당해야 하는 신자 수는 2015년 이미 7,100여명을 넘어섰다. 가톨릭 신도가 급증한 아프리카나 아시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WSJ에 따르면 아마존 타바팅가 지역의 알토 솔리모에스 교구는 그리스 면적 크기의 지역에 퍼져 있는 12만1,000명의 신자를 단 15명의 사제가 관리하고 있다. 종교 활동을 이끌어줄 성직자가 없어 개신교 등 다른 종교로 개종하는 경우가 나올 정도다.
교사 출신으로 세 아이를 둔 가톨릭 신도 실바 씨는 “1년에 2,3번 방문하는 사제들을 대신해 ‘부제’(副祭) 교육을 받고 있다”며 “주민들의 요구가 커 결혼식이나 장례식의 사회를 맡고 있다” 말했다. 가톨릭교회에서 사제 밑의 직책인 부제는 영세 등 사제 권한을 넘어선 의식을 집행하는 데 한계가 있지만 이미 이 지역에선 ‘신부님’으로 불리며 대체 인력으로 자리 잡았다.
문제는 가톨릭 내부 보수 세력의 비판을 넘어설 지가 관건이다. 사제 결혼 허용에 대해서 보수주의자들은 가톨릭 전통과 가치를 훼손하는 자해 행위라고 반발하고 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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