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엔지니어 근무 김광호씨
차량 엔진결함 외부에 제보하며
회사로부터 해고ㆍ고소 등 고통
정부, 김씨 등 99명에 포상ㆍ표창
“스스로를 책망하기도 하고 고통스런 순간도 많았지만 공익을 위해 하고자 했던 일이 인정 받은 것 같아 감개무량하다.”
내부 고발로 현대ㆍ기아자동차 리콜(결함시정) 실마리를 제공, 27일 ‘국민권익의날’ 기념식에서 국민훈장 목련장을 받은 전직 현대차 부장 김광호(56)씨는 수상 소감을 담담히 전했다. 이날 김씨를 비롯해 반부패ㆍ청렴문화 확산 및 국민권익 증진에 기여한 12개 단체와 99명이 정부 포상 또는 권익위원장 표창을 받았다.
26년간 현대차 엔지니어던 김씨가 회사의 ‘차량 엔진 결함 은폐’ 사실을 알게 된 건 2015년 사내 품질전략팀에 근무하면서다. 결함이 있으면 관공서에 자진 리콜 신고를 해야 했지만 회사는 무상 수리나 보증기간 연장 같은 변칙을 택했던 것이다.
문제를 바로 잡지 않으면 회사가 나중에 더 큰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판단한 김씨는 그 해 8월 이 사실을 사내 감사실에 제보했다. 그러나 1년간 아무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 김씨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사내에서 자정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며 “문제를 방치하면 결국 피해를 보는 건 우리 차를 사준 고객이라는 생각에 공익제보를 하기로 마음 먹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기업 상대 공익제보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김씨가 가장 먼저 달려간 곳은 미국 교통부 산하 도로교통안전국(NHTSA)이었다. 80% 이상이 해외로 수출되는 현대차 판매량이 가장 많은 곳이 미국인데다, 대기업 상대 제보라 국내에서 묵살될 가능성을 우려했기 때문. 이메일 제보보다 정부 관계자를 직접 만나는 게 낫다고 생각한 김씨는 2016년 8월 미국 워싱턴으로 갔다. 영어에 능통한 둘째 딸이 통역을 도왔다.
두 달 후 김씨는 국민권익위원회에 공익제보를 했지만 회사는 한 달 뒤 ‘보안 규정 위반’을 이유로 그를 해고하고 형사 고소까지 했다. 업무상 배임과 영업비밀보호에관한법률 위반 혐의였다. 지난해 7월 검찰이 무혐의 처분하긴 했지만 김씨는 수사를 받으며 자택까지 압수수색 당했다. 김씨는 “과연 내가 잘 한 일인지 스스로 책망하고 원망하기도 했다”며 “그래도 시간이 걸릴 뿐, 언젠가 진실은 밝혀진다고 믿었다”고 말했다.
실제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5월 김씨가 제보한 결함 의심 사례 32건을 조사, 이 중 8건에 대해 리콜 결정을, 9건에 대해 공개 무상 수리를 권고했다. 권익위가 지난해 3월 공익신고자보호법에 따라 김씨 복직 결정을 내리면서 김씨는 회사로 돌아갔다. 한 달 만에 퇴사했지만 현대차는 이후 김씨 관련 소송을 취하했다.
김씨는 지난해 12월부터 권익위에서 공직자 등 상대 청렴 교육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김씨의 공익제보는 지난해 권익위의 ‘올해의 공익신고’로 선정됐고, 한국투명성기구는 김씨에게 투명사회상을 수여했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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