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정수기 등 생활렌털 사업에 다시 뛰어든다. 정수기 렌털 1위 업체 코웨이를 사모펀드 MBK에 매각한지 5년만이다. 윤 회장은 그간 추진해 온 코웨이 인수에 별 진전이 없자 우선 독자 브랜드인 ‘웅진렌탈’을 내놓고 시장 공략에 나서기로 했다.
웅진그룹은 생활가전 렌털사업 브랜드인 웅진렌탈을 출범시키고 정수기, 공기청정기, 비데 등 8개의 생활가전 분야에서 렌털서비스를 제공한다고 27일 밝혔다.
웅진은 1990년대 정수기 렌털 서비스를 국내에 처음 도입하며 사세를 키운 회사다. 하지만 극동건설 등 무리한 인수합병(M&A)으로 경영난을 겪은 뒤 2012년 웅진코웨이를 MBK에 매각하고 렌털시장에서 완전 철수했다.
윤 회장이 렌털시장에 다시 진출하게 된 것은 코웨이 매각 당시 MBK와 맺었던 `경업(競業)금지’ 조항이 지난해 말로 종료됐기 때문이다. 웅진이 향후 5년간 국내에서 정수기 판매 사업을 하지 않겠다는 이 조항은 코웨이 인수 효과를 최대한 누리려는 MBK의 요구를 윤 회장이 받아들여 성사됐다.
윤 회장은 경업금지 조항 만료가 다가오자 지난해 말 코웨이를 재인수하겠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2조원 가량의 코웨이 인수자금 마련을 위한 준비작업도 진행 중이다. 하지만 매각 협상은 별다른 진전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IB업계 관계자는 "매각가격에 대한 이견이 커 협상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웅진은 우선 독자 브랜드로 렌털시장을 공략하기로 했다. 웅진은 다년간 쌓인 렌털 사업 노하우와 웅진이라는 브랜드 파워를 잘 활용하면 시장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코웨이가 40% 이상 장악한 렌털시장에서 웅진이 예전만큼의 영향력을 발휘하기 쉽지 않다는 관측도 많다. 또 LG와 SK 등 대기업들이 최근 렌털시장에 경쟁적으로 뛰어든 것도 웅진에게는 부담이다.
웅진그룹 관계자는 “독자 브랜드로 렌털시장에 나서지만 코웨이 인수는 계속 추진할 것”이라며 “웅진렌털의 시장 점유율 확대와 함께 코웨이 인수를 추진하는 투트랙 전략을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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