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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일화에 성폭행 당한 피해자 “평생 스스로 벌하며 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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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일화에 성폭행 당한 피해자 “평생 스스로 벌하며 살라”

입력
2018.02.27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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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최일화씨. 연합뉴스
배우 최일화씨. 연합뉴스

한국연극배우협회 이사장인 배우 최일화씨에게 27년 전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피해자가 라디오 방송과 인터뷰했다. 대학을 졸업한 직후 최씨와 같은 극단에서 배우 활동을 했다는 A씨다. 그는 최씨에게 성폭행과 물리적인 폭행까지 당한 후 심각한 트라우마에 시달렸고 자신의 삶도 완전히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A씨는 2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1991년 극단 신시에서 ‘애니깽’에 출연했을 당시 최씨에게 성폭행을 당한 사실을 증언했다. 당시 A씨는 24살이었다. 앞서 최씨는 과거 성추행의 가해자라고 먼저 밝히고 공개 사과를 했다. “성추행 사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며 한국연극배우협회 이사장, 세종대 교수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으나 그가 스스로 밝힌 것보다 더한 성폭력 의혹이 제기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A씨가 이날 방송에서 밝힌 성폭행 피해 사실을 정리하면 이렇다. ‘(작품) 연습을 하는데 최씨가 제가 발성이 안 된다면서 새벽에 발성 연습을 할 테니 나오라고 했다. 그러다가 술을 한잔하자고 해 술을 마신 뒤 집에 데려다 주겠다며 가는 길에 성폭행을 당했다. 술에 취해 잠이 든 상황에서 저항하면서 뿌리치려고 해도 마음 먹고 달려드는 사람의 힘은 제가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성폭행을 당하고도 피해자는 이 사실을 공개할 수가 없었다. 그는 “당시 사회적인 분위기에서 성폭행을 당했다는 건 여자한테 굉장히 치명적인 거였다”며 “누가 알까 봐 굉장히 걱정이 많았고 무서웠고 두려웠다”고 말했다.

며칠 뒤 최씨는 A씨를 다시 사적으로 불러냈다고 한다. A씨는 “골목으로 데리고 가길래 이상한 느낌이 들어 싫다고 하니까 손목을 붙들고 끌고 갔다”며 “제가 손을 뿌리치고 소리를 지르면서 울면서 이러지 말라고 했더니 그 순간 얼굴을 때렸고 제가 길바닥에 쓰러졌다”고 말했다. 이후 A씨는 최씨에게 “다시는 불러내지도 말고 내 앞에 나타나지도 말라”고 울면서 사정했다고 한다. 그 뒤로 배우 생활도 접었다. A씨는 “그 일 때문에 저의 꿈이 완전히 사라졌다”며 “굉장히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당시 당한 성폭력의 후유증으로 A씨는 정신과 치료도 받았다고 했다. 그는 “제가 잘못한 게 없는데도 저 자신한테 굉장히 죄책감을 느끼며 살았다”며 “그것 때문에 (인생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말했다.

27년 전의 상처를 공개적으로 드러내며 최씨를 ‘고발’한 이유를 그는 “‘나만 당한 게 아니라 (최씨가) 성추행을 했다는 다른 사람들이 또 있구나, 이 사람은 자기가 잘못을 뉘우치기는커녕 상습적인 사람이구나’하는 생각에 ‘나도 동참을 해야겠다’고 결심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설령 그 사람이 사과한다고 해도 지금은 진심으로 여겨지지도 않을 것 같다”며 “최씨가 평생 자기 스스로한테 벌을 가하는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인터뷰는 A씨의 요청으로 음성이 변조돼 방송됐다. 진행자인 김현정 앵커는 “최일화씨의 입장도 듣고 싶어서 연락을 시도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는 점을 말씀 드린다”고 밝혔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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