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보리 30일 휴전 결의안 채택과 별개
민간인 대피시킨다는 명분, 인도주의적 휴전
외신들 “러시아 영향력 과시하기 위한 행보”
러시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채택한 시리아 휴전 결의와 별도로 ‘하루 단위의 휴전 (daily pause)’을 예고했다. 국제사회 합의를 준수하기보다는, 시리아 사태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한 일종의 주도권 잡기 행보로 보인다.
CNN 등 외신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동쪽 동구타 지역에서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까지 매일 5시간 일체의 교전 행위 등을 중단하라고 명령했다고 보도했다. 민간인들이 떠날 수 있는 탈출 시간을 확보해주겠다는 명분으로, 러시아는 “인도주의적 휴전”이라고 칭했다. 러시아는 대피로도 따로 개설해 민간인들의 탈출을 돕겠다는 입장이다.
러시아는 독자적 휴전 발표를 두고, 안보리의 휴전이 이행될 조건이 무르익지 않았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모든 진영이 휴전 결의를 어떻게 이행할지 합의가 되고 나서야 안보리가 결의한 휴전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유엔 휴전 결의에도 불구하고, 동구타 지역에선 시리아 정부군과 반군의 교전 행위가 지속되는 등 유혈사태는 멈추지 않고 있다.
이는 안보리 결의문이 선언적 내용으로 채워진 한계도 있다. 결의문에는 휴전 이행 시간을 명시적으로 못박지 않았고, 구체적 이행 절차도 담겨 있지 않다.
외신들은 러시아의 독자적 휴전 발표는 시리아에서 러시아의 지배적 위치를 과시하기 위한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시리아에서 강대국이 유혈사태를 중단시키지 못하는 상황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을 드러내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실제 러시아는 분쟁의 당사자이자 주권 국가인 시리아정부와 협의에 대해선 별다른 언급 없이, 푸틴 대통령의 지시로 휴전이 시행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유엔은 군색한 처지가 됐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5시간 휴전은 휴전하지 않는 것보단 낫지만, 안보리가 규정한대로 모든 전쟁 행위를 30일간 중단하는 방향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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