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가치ㆍ역사 훼손 우려로
지하주차장 건설 반대했던 성공회
연결로ㆍ대체 주차장 조성 합의
덕수궁 인근 옛 국세청 별관 부지와 대한성공회 서울 주교좌성당 앞마당을 잇는 ‘통합 시민광장’이 반토막 날 위기 끝에, 결국 2단계에 걸쳐 공사를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25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와 성공회는 지난달 서면으로 “시민광장 공사는 열린 통합 공간이라는 취지에 따라 차질 없이 진행해야 하는 데 공감한다”며 “성공회 내부 사정 때문에 통합 공간으로 완결 짓지 못하지만 확장 가능성을 고려해 매몰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 방안으로 우선 추진한다”는 내용에 합의했다. 성공회 측은 지난해 착공을 앞두고 서울대성당 앞마당에 지하주차장을 만드는 게 적절치 않다며 사업 참여를 보류해 광장 규모가 대폭 축소될 위기에 놓였었다.
시는 합의에 따라 올 6월까지 옛 국세청 별관 부지인 서울시 땅(1,088㎡)에 1차로 시민광장을 조성하고 대체 주차장이 확보되는 대로 서울대성당 앞마당(851㎡)에 흙을 쌓아 기존 광장과 연결하는 나머지 공사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완공 전엔 먼저 조성된 광장과 성공회 앞마당의 지대 차이(80㎝)를 폭이 넓은 계단으로 이어, 두 공간이 단절되지 않도록 할 예정이다. 서울시의회 앞에도 광장으로 가는 계단을 설치해 시민들의 편리한 보행을 도모한다.
통합 시민광장 구상은 지난해 1월 시와 성공회가 2년간 협의 끝에 발표한 사안이다. 시의 ‘세종대로 일대 역사문화 특화공간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일제강점기 지어진 옛 국세청 별관 건물을 철거하고 그 자리의 역사적 가치를 회복해 시민들에게 돌려준다는 취지다. 해당 부지 지하엔 ‘서울도시건축박물관’이 들어서고 옥상은 서울대성당 앞마당과 합쳐져 통합 시민광장으로 바뀔 예정이었다. 성공회 측은 이에 따라 신도들이 주차장으로 쓰고 있는 앞마당을 광장으로 조성하는 대신 지하에 주차장을 만든다는 계획을 세웠다.
협약서까지 체결한 이 계획은 그러나 성공회 내부에서 “성당 앞에 지하를 파고 주차장을 만들면 건물의 가치나 역사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문제를 제기하면서 틀어지기 시작했다. 특히 오래된 건물인 만큼 지하 공간 조성 시 건물 안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신도회 일각에선 성당 앞마당이 시민광장으로 바뀌면 ‘광화문광장’, ‘서울광장’과 같이 시위 공간으로 쓰일 수 있다는 데 대한 우려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성공회 서울대성당은 1926년 전통 양식과 로마네스크 양식을 혼합해 지어진 건물로, 시 유형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정수용 시 지역발전본부장은 “성공회 측이 현재 수녀원 인근을 포함해 여러 대체 주차장 후보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결정되는 대로 통합 시민광장을 완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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