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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점막하 종양’ 정확도 높은 새 진단법으로 개복수술 확 줄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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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점막하 종양’ 정확도 높은 새 진단법으로 개복수술 확 줄여

입력
2018.02.26 20:0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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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엔 정확한 진단 어려워

종양 지름 2cm 넘으면 수술

불필요하게 수술 받는 경우도

내시경에 사용되는 칼 이용해

조직 일부 채취해 검사하면

빠르고 안전하며 비용 저렴

황모(81) 할머니는 2년 전 소화불량과 속쓰림으로 위내시경 검사를 받았다가 위 점막 아래 큰 혹(위 점막하 종양)이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암이면 수술해야 할지 모른다는 의사 말에 겁에 질려 한양대병원을 찾았다. 하지만 병원에서 내시경 절제술을 접목한 새로운 진단법으로 먼저 검사해보니 크기만 큰 단순 종양이라 수술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들었다. 황 할머니는 “나이가 많아 수술할지 모른다는 공포로 잠도 못 잘 정도였는데 내시경 검사만으로 수술하지 않아도 되는 ‘착한’ 종양이라는 결과를 받아 너무 기쁘다”고 했다.

이항락(49) 한양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위 점막하 종양(위 상피하 종양ㆍSET)’ 진단 정확도를 90%까지 끌어올린 새로운 진단법을 제시해 기존에 시행했던 개복수술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이 교수의 이 같은 위 점막하 종양 진단법은 국제적으로 인정받아 내시경술 전문지인 ‘엔도스코피(Endoscopy)(2014년 10월호)’ 표지를 장식할 정도였다. 이전에는 단순 종양인지 암인지 정확히 알기 어려워 일반적으로 종양 지름이 2㎝가 넘으면 수술을 권유했다.

-위 점막 아래에 혹이 얼마나 많이 생기나.

“위 점막 아래에 생기는 혹(위 점막하 종양)은 뚜렷한 증상이 없어 발견하기 쉽지 않다. 다만 종양 크기가 커지면 소화기능이 떨어지고, 복통과 혈변, 구토 등의 증상이 생길 수 있다. 최근 건강검진이 활발해지고 국가암검진 사업으로 위내시경 검사가 늘면서 위 점막하 종양이 많이 발견되고 있다. 위내시경 검사를 하는 사람 100명 가운데 1~2명꼴로 진단될 정도다. 한양대병원에서 2012~2014년 3년 동안 검진목적으로 위내시경 검사를 한 1만1,720명 중 1.66%나 발견됐다. 나이 들수록 많아졌고, 특히 60대에서는 3% 정도에서 나타났다.

위 점막하 종양에는 지방종, 평활근종, 단순낭종, 섬유종, 사구체종양, 염증성용종 등 악성화 가능성이 없는 양성 종양(Benign tumor)도 있고, 반면에 위장관간질종양(GIST), 유암종 등은 악성이 될 수 있는 점막하 종양이다.

그런데 위 점막하 종양이 있으면 위내시경 검사만으론 악성이 될 가능성이 있는 종양인지, 아니면 그냥 두고 봐도 가능한 ‘착한’ 종양인지 파악하기 쉽지 않다. 5개 층으로 이뤄진 위벽의 2~5번째 층에 생겨 위벽 최상층(점막층)에 가려지기 때문에 단순히 내시경 검사만하면 진단하기 어렵다.

따라서 위 점막하 종양의 지름이 2㎝ 이상이면 대부분 절제했다. 이보다 작으면 경과를 지켜봐야 했다. 반면 암으로 변하는 악성 종양은 위벽 최상층에 자라기에 모양ㆍ색깔 등을 뚜렷이 알 수 있어 진단이 쉽다.

-그러면 위 점막하 종양을 어떻게 파악하나.

“대부분 내시경 초음파 검사(Endoscopic ultrasonography)나 바늘로 조직을 떼내는 생체 조직검사 등으로 알아낸다. 초음파 내시경 검사는 내시경 앞부분에 초음파 장치가 장착돼 있어 초음파를 종양 부분에 접촉해 종양 크기와 종류를 확인하는 방법이다. 경우에 따라서 위 주변 장기의 압박으로 종양처럼 보일 수도 있는데 이런 경우 내시경 초음파 검사로 정확한 확인이 가능하다. 만일 실제로 위 점막하 종양이 있으면 없앨지 아니면 경과를 지켜볼지 판단이 중요한데, 내시경 초음파 영상만 가지고 100% 정확한 진단이 불가능하기에 조직학적 확진을 위한 세포검사가 필요할 수 있다.”

-종양 성격을 정확히 알아내는 새 진단법을 개발했는데.

“앞에서 말했듯이 이전엔 내시경 초음파 등을 이용한 조직검사로 위 점막하 종양의 성격을 알아냈다. 하지만 이 진단법은 고가의 장비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검사비도 많이 들지만 진단 정확도는 60% 밖에 되지 않았다. 때문에 양성 종양인데도 불필요하게 수술을 받은 사람이 많았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내시경에 달린 칼로 암세포를 직접 제거하는 ‘내시경 점막하 절제술(ESD)’을 활용한 새로운 진단법을 고안했다. 새로 고안한 진단법은 내시경에 사용되는 칼을 이용해 점막 아래 층에 숨어 있는 종양까지 도달한 뒤에 내시경 생체 조직검사(생체 조직 일부를 칼이나 바늘 등으로 채취하는 것)에 쓰이는 칼로 생체 조직을 얻는 방법이다. 매우 안전하며 입원하지 않고도 외래에서도 시행할 수 있는 진단법이다.

새로운 진단법을 한양대병원을 찾은 환자에게 적용한 결과, 위 점막하 종양이 크다는 이유로 수술해야 했던 환자 40명 가운데 14명(35%)의 종양이 단순 양성 병변으로 판정돼 불필요한 수술을 하지 않아도 됐다. 새로운 진단법이 위 점막하 종양이 단순 양성 병변인지 전암(前癌) 병변인지 90% 넘게 정확히 판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매우 안전하고 경제적인데다 검사시간도 15분 밖에 걸리지 않는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이항락 한양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위 점막 밑에 생기는 혹은 내시경 점막하 절제술을 활용한 조직 검사를 하면 진단율을 90% 이상 끌어올릴 수 있다”고 했다. 한양대병원 제공
이항락 한양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위 점막 밑에 생기는 혹은 내시경 점막하 절제술을 활용한 조직 검사를 하면 진단율을 90% 이상 끌어올릴 수 있다”고 했다. 한양대병원 제공
의료진이 내시경 점막하 절제술을 활용한 생체 조직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한양대병원 제공
의료진이 내시경 점막하 절제술을 활용한 생체 조직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한양대병원 제공

[위 점막하 종양 구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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