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을 간다. 무뎌진 칼날을 숫돌에 쓱쓱 문질러 다시 날 선 칼로 살려낸다. 올해 80세가 되었다는 칼 갈이의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54년 동안 칼을 갈아 밥벌이를 했단다. 처음에는 직접 만든 나무통에 연장을 넣어 지고 골목길에서 ‘칼 갈아’ 를 외치며 다니다가 자전거로 동네를 돌았으며 모든 것이 자동화된 요즈음은 오토바이 타고 예약된 단골집만 방문한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식당에서 식칼 대여섯 자루 간고 받은 돈은 일 만 오 천원. “노는 게 더 힘 들어”. 추운데 쉬면서 하라는 말에 노 기술자는 짧게 한마디를 남기고 오토바이에 몸을 싣고 떠난다. 쉬지 않고 갈아야 할 것은 쇠칼 만이 아니다. 듬성듬성 이빨 빠진 마음 속의 칼날 이다. 칼과 몸을 함께 벼리며 힘겨운 세월을 살아온 장인의 지혜다.
2018.02.26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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