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를 부풀려 보유 주식을 대량 매각하는 수법으로 수백억 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코스닥 상장사 전 대표가 1심에서 중형을 선고 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2부(부장 심형섭)는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현대페인트 최대주주 겸 전 대표이사 이모(46)씨에게 징역 8년에 벌금 200억 원을 선고했다고 26일 밝혔다. 이씨로부터 주식매매 청탁을 받고 시세조종에 가담한 작전세력 김모(46)씨에겐 징역 5년에 벌금 10억 원을, 경제방송을 통해 모은 고객계좌를 주가조작에 동원한 증권 전문가 예모(45)씨에겐 징역 1년에 벌금 5억 5,000만원을 선고했다. 2015년 11월 구속 기소된 뒤 보석으로 풀려났던 이 전 대표와 김씨는 법정 구속됐다.
이 전 대표 등은 2014년 12월 사채자금으로 현대페인트를 인수ㆍ합병한 뒤 2015년 1~7월 증권사 직원 등 시세조종 세력과 공모해 주가를 띄운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지분변경 공시 없이 부풀린 주가로 1,900만 주를 처분해 218억 원 상당의 부당 이득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예씨는 돈을 받고 경제방송에서 해당 종목을 추천할 뿐 아니라 직접 관리하는 고객 계좌를 동원해 주식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범행을 도왔다. 예씨 외에 고객계좌를 이용해 해당 주식을 매입하라는 청탁을 받고 금품을 수수한 증권사 직원, 주식브로커 등 9명도 혐의 정도에 따라 징역형 또는 선고 유예를 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무자본 인수ㆍ합병으로 취득한 주식을 은밀하게 처분하고 시세조종행위를 하는 과정에서 건전한 주식시장 육성을 저해했다“며 “주식거래에 참여하고 있는 불특정 다수 일반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입혀 경제질서 근간을 무너뜨리는 중대한 범죄행위를 벌였다“고 유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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