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옌둥 中 부총리 등 귀빈 참석
이방카ㆍ김영철 인사는 안 해
김영철, 한국당 저지에 우회로 방남
조명균 장관 주재 만찬 참석
평창 동계올림픽 폐회식이 열린 25일 강원 평창군 평창올림픽스타디움은 ‘남ㆍ북ㆍ미ㆍ중 4자회담’ 현장을 방불케 했다. 문재인 대통령 내외를 비롯,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이방카 트럼프 미국 백악관 보좌관, 류옌둥(劉延東) 중국 국무원 부총리 등 한반도 정세를 좌우하는 4개국 고위급 인사가 귀빈 관람석에 동시에 모이면서다. 천안함 폭침 배후로 지목된 김 부위원장의 방남 동선을 두고선 하루 종일 공방도 지속됐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8시 3분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과 함께 귀빈 관람석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 부위원장은 문 대통령이 입장하자 자리에서 일어났고, 밝은 표정으로 문 대통령과 악수했다. 이날 오후 5시부터 약 한 시간 동안 평창 모처에서 문 대통령과 비공개 접견을 가진 지 2시간 만에 이뤄진 두 번째 만남이었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주한미군 책임자와 김 부위원장의 자리배치였다. 문 대통령 뒷줄에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과 김 부위원장이 이진성 헌법재판소 소장을 사이에 두고 자리했기 때문이다. 브룩스 사령관은 폐회식 미국 정부 대표단 일원으로 참석했다. 이방카 보좌관은 김 부위원장이 앉아 있는 뒷줄을 향해 잠시 시선을 보내기는 했으나 둘 사이 인사는 없었다. 북미 접촉 및 조우는 어려운 상황이었던 것이다.
앞서 김영철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한 북측 고위급대표단은 이날 오전 경의선 육로를 통해 2박 3일 일정으로 남쪽을 찾았다. 오전 9시 49분쯤 군사분계선(MDL)을 통과해 4분 뒤 경기 파주시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에 도착했다.
검은 정장 차림의 북측 대표단은 굳은 표정으로 입경장에 들어섰다. 천해성 통일부 차관이 이들을 맞았다. 남측 취재진은 “천안함에 대해 어떤 생각인가” 등을 물었으나 김 부위원장을 포함한 북측 대표단은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고 외부에 대기 중인 차량으로 이동했다. 2010년 해군 장병 46명이 목숨을 잃은 천안함 폭침 당시 정찰총국장을 맡고 있던 김 부위원장은 사건 배후로 지목돼 왔던 논란의 인물이다.
이들은 도라산 CIQ에서 서울 쪽 자유로로 곧바로 이어지는 통일대교가 아닌 연천 쪽 도로로 우회해 전진교를 건너 서울로 이동했다. 김 부위원장 방남을 저지하겠다며 전날 밤부터 통일대교를 막아선 한국당 의원 및 당원들과의 마찰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한국당은 이들이 군사 작전도로를 이용했다고 주장했지만, 국방부는 “이들이 이용한 도로는 지방도 372번 일반도로”라고 설명했다.
북측 대표단은 오전 11시 49분 숙소인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 도착했다. 호텔 로비와 현관에는 경찰 인력이 배치됐고, 외부 인원 출입도 제한됐다. 해당 호텔은 앞서 평창올림픽 개회식 참석차 방남했던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일행 숙소로도 사용됐다. 도심 한가운데가 아닌 아차산 자락에 위치해 경호가 용이하다는 점이 숙소 낙점 이유로 보인다.
이들은 오후 2시 50분쯤 호텔을 나서 경기 남양주시 덕소역에서 3시 15분쯤 강릉행 KTX에 탑승했다. 김 부위원장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 등 북한 대표단은 평창에서 문 대통령과 오후 5시부터 한 시간 가량 비공개로 만났고, 조명균 통일부 장관 주재로 오후 6시 30분부터 열린 만찬에 참석했다. 북측 대표단은 폐회식을 끝으로 첫날 일정을 마무리했다.
한편 북한 응원단과 선수단 등 299명은 26일 낮 경의선 육로를 통해 북한으로,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출신 북한 선수단 임원 1명은 같은 날 일본으로 귀환한다. 이들이 귀환하면 남측에는 북한 고위급 대표단 8명만 남는다.
신은별 ebshin@hankookilbo.com 파주=통일부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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