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 추진한 탈북자 면담도 취소
靑 만찬 때 한 번만 명확히 제시
이방카 요청에 엑소ㆍ씨엘도 만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인 이방카 트럼프 미 백악관 보좌관이 사흘 간의 한국 체류를 통해 드러낸 메시지는 ‘대북 압박’ 원칙이었다.
평창 동계올림픽 폐회식 미국 고위급 대표단 단장 자격으로 지난 23일 방한한 이방카 보좌관은 출국을 하루 앞둔 25일까지 한 번의 청와대 만찬 행사를 제외하면 일체 정치적 언급을 하지 않았다. 23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130분간 접견과 만찬에서 대북 압박을 거론하며 강경 메시지를 냈을 뿐이다. 애초 추진했던 탈북자 면담도 취소하고 주로 미국 올림픽 대표팀 응원에 치중하며 이번 방한 목적이 북한과의 대화가 아니란 뜻을 밝혔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북 메시지 발신은 한 차례에 불과했지만 명확했다. 문 대통령이 청와대 만찬에서 북미대화를 에둘러 주문하자 이방카 보좌관은 대북 압박을 거론했다. 미국 정부의 기존 대북정책인 ‘최대 압박과 관여’ 중 대화를 의미하는 관여는 언급하지 않음으로써 압박 기조를 이어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만찬에 앞서 진행된 비공개 접견에서도 상황은 비슷했다. 게다가 이번 방한 일정에 맞춰 미국 정부가 23일(현지시간) 대북 독자제재안까지 발표한 점을 감안하면 이방카 보좌관이 40분 간의 비공개 접견에서 전달한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 역시 북한과의 대화보다는 대북 압박에 초점이 맞춰졌을 것이란 게 중론이다. 백악관의 한 고위관리도 이방카 보좌관이 이날 방남 한 북측 대표단과 “대화ㆍ접촉이 없었다”고 확인했다.
이방카 보좌관은 24일엔 김정숙 여사,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함께 평창에서 스노보드 대회를 관람했고, 25일에도 남자 봅슬레이 경기 등 자국 대표팀 응원 일정을 소화한 뒤 폐회식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선 한류스타 아이돌그룹 엑소(EXO)와 가수 씨엘을 만났다. 이방카 보좌관은 엑소에게 “우리 애들이 당신 팬이다. 이렇게 만나 믿기지 않는다(incredible)”고 말했다. 엑소는 이방카 자녀들에게 향초 방향제와 차를 선물하며 “우리가 미국에서도 공연을 하는데 초대하고 싶다”고 말했고, 이방카 보좌관은 “언제 하느냐”고 관심을 표명했다. 이 만남은 이방카 보좌관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이방카 보좌관은 폐회식에서도 엑소의 공연 도중 고개를 가볍게 앞뒤로 흔들며 리듬을 타기도 했다.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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