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움 피해 간호사 유가족
“입사 한달 뒤부터 변했다”
병원에 사망 책임ㆍ사과 촉구
서울 대형병원에서 일하다 설 연휴 송파구 아파트에서 투신해 숨진 간호사 A(27)씨의 유가족이 사망원인으로 병원 잘못을 지목했다.
유가족은 25일 간호사연대를 통해 발표한 입장서에서 “멀쩡했던 아이가 자살까지 결심하게 만든 건 병원”이라고 주장했다. 유가족은 “A씨가 가족 사이에서 별명이 ‘잘난척 대마왕’일 정도로 자신감 넘치던 아이였다”며 “그러나 병원 입사 후 한 달이 지난 시점부터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입장서에 따르면 A씨는 병원 입사 이후에 유가족에게 “나는 손이 좀 느린 것 같아” “내가 잘못 배운 것 같아”라며 자책하는 말을 하곤 했다. 유가족은 A씨가 “대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할 정도로 성실한 아이였다”며 “그렇게 부족했으면 애초에 불합격시킬 것이지 왜 데려갔냐”며 병원 측을 성토했다.
이어 “진짜 이상한 것은 우리 아이가 아니라, 멀쩡했던 아이가 자살까지 결심하게 만든 병원”이라며 A씨 사망에 대한 병원의 책임 인정과 사과를 요구했다. 또 “수많은 간호사들이 같은 이유로 병원을 그만둔다고 들었다”며 공정하고 객관적인 조사를 통해 근본적인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앞서 A씨는 지난 15일 오전 10시 40분쯤 병원 인근 송파구 한 아파트 고층에서 투신하는 극단적 선택을 했다. A씨 남자친구는 사고 직후 간호사 온라인 익명 게시판을 통해 “간호사 윗선에서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태움’이라는 것이 여자친구를 벼랑 끝으로 몰아간 요소 중 하나”라고 주장했지만 A씨가 근무했던 병원은 “직장 내 괴롭힘은 없었다”며 A씨 남자친구의 주장에 반박해 왔다.
경찰은 ”업무 압박과 선배 눈초리에 의기소침해지고 불안해졌다”는 A씨 메모를 확보하고 A씨 유족과 남자친구를 상대로 참고인 조사를 벌이는 등 ‘직장 내 괴롭힘’ 여부를 수사 중이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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