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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기준은 평가항목 등 까다로워
정부 대책 발표 이후 나흘간
서울 8개 단지 용역업체 모집
#2
내달 2일까지 예정된 행정예고
국토부가 시행 더 앞당길 수도
정부가 집값 급등의 주범인 재건축 시장을 잡기 위해 내놓은 안전진단 기준 강화 방안 시행을 앞두고 재건축 추진 단지들이 안전진단 용역 공고를 서두르고 있다. 속히 용역계약을 맺어 강화된 안전진단 기준을 피하겠다는 것인데, 정부가 이에 맞서 개정 기준 시행을 앞당길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등 양측이 피 말리는 속도전을 벌이는 양상이다.
25일 서울 각 구청에 따르면 국토교통부가 20일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정상화 방안’을 발표한 이후 구청들이 앞다퉈 조달청 나라장터를 통해 관할 지역 재건축 추진 단지에 대한 안전진단 용역업체 입찰 공고를 쏟아내고 있다. 이번 정부안은 재건축 안전진단 평가항목 중 구조안전성의 비율을 50%로 대폭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정부 발표 당일 강동구청이 명일동 신동아아파트에 대해, 다음날은 송파구청이 잠실동 아시아선수촌아파트에 대해 각각 안전진단 용역 입찰공고를 냈다. 영등포구청도 22일 여의도동 광장아파트, 신길동 우창, 우성2차아파트에 대해 용역 입찰공고를 올렸다. 영등포구청은 당초 이달 말까지 업체 선정 공고를 내려 했으나 주민들의 강력한 요청으로 일정을 앞당겼다. 23일에는 강동구청이 명일동 삼익그린맨션2차아파트와 상일동 상일우성타운아파트, 구로구청이 구로주공아파트에 대해 각각 용역 공고를 냈다.
양천구 목동에서도 주민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미 주민 동의 요건을 갖춘 신시가지 아파트 4단지 주민들은 21일 구청에 재건축 안전진단을 신청했고 5단지와 9단지도 주민 동의를 받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단지에서는 안전진단 신청 비용을 마련하기 위한 모금운동도 벌어지고 있다.
이들 구청은 모두 긴급공고 형식으로 입찰공고를 냈다. 일반공고보다 입찰 기간을 최대 7일 단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 예규인 ‘지방자치단체 입찰 및 계약집행기준’에 따르면 용역비용이 5,000만원 이상일 때 지자체는 본 입찰 공고 전 2~7일 동안 사전 규격 공개를 해야 하지만 지자체가 긴급한 수요라고 여길 땐 예외를 적용 받아 사전 규격 공개 기간을 건너뛸 수 있다. 그동안 대부분의 재건축 단지는 일반공고 방식으로 안전진단 용역업체를 선정해 왔지만, 정부의 안전진단 기준 강화 조치 발표 이후 주민들의 민원이 거세지면서 절차에 속도가 붙은 것이다.
재건축 조합들이 안전진단 업체 선정을 서두르는 이유는 물론 강화되는 재건축 규제를 피하기 위해서다. 이번에 개정되는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은 시행일 이후 최초로 재건축 안전진단을 의뢰하는 단지부터 적용된다. 이때 ‘안전진단 의뢰’의 기준은 구청이 조달청 나라장터 입찰공고를 통해 업체를 선정하고 본계약까지 한 상태를 말한다.
재건축 단지들의 ‘규제 회피’ 움직임이 빨라지면서 정부 또한 신속히 규제 시행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당장 국토부가 내달 2일로 예정했던 기준 개정안 행정예고 기간을 크게 앞당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현행법은 행정예고 기간에 대해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20일 이상으로 한다’고 권고하고 있을 뿐이라, 정부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단축될 수 있는 상황이다.
국토부는 일단 행정예고 기간 접수된 의견에 대한 검토작업 등 남은 절차가 있어서 새 기준이 언제 시행될지는 알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재건축 조합들의 ‘속도전’에 맞서 국토부가 늦어도 다음달 중순쯤엔 개정된 안전진단 기준을 시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공입찰은 적법하고 적정한 절차에 따라 하지 않을 수 없다”며 “각 구청들이 적법하게 업체를 선정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한편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강화 방안 발표 이후 서울 재건축 아파트값 오름폭이 둔화됐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월 넷째 주(23일 기준) 서울 재건축 아파트값은 주간 0.15% 올라 전주(0.78%) 보다 상승폭이 크게 줄었다. 서울 전체 아파트 값 또한 전주(0.53%)보다 오름폭이 줄어든 0.4%를 기록했다. 김기중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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