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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 “배추 꽃다발은 채식주의자 외국인 코치님께 기증”

입력
2018.02.25 18:0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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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 보이라는 별명은 나를 가장 잘 설명해줘”

'배추 보이' 이상호가 24일 강원 평창 휘닉스 스노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 남자 스노보드 평행대회전 경기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뒤 배추꽃다발을 선물 받고 있다. 평창=연합뉴스
'배추 보이' 이상호가 24일 강원 평창 휘닉스 스노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 남자 스노보드 평행대회전 경기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뒤 배추꽃다발을 선물 받고 있다. 평창=연합뉴스

한국 설상 종목 최초로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건 ‘배추 보이’ 이상호(23)는 배추가 마냥 좋단다. 그는 초등학교 1학년 당시 아버지 이차원씨의 손을 잡고 고랭지 배추밭을 개조한 눈썰매장에서 처음 스노보드를 타며 꿈을 키웠다.

끈기가 없어 쉽게 포기한 것들이 많았던 시절이었는데, 보드를 타는 순간만큼은 어느 누구보다 행복했다. 다른 사람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왜 그러고 있느냐’라고 할 수 있지만 크게 개의치 않았다. 단지 본인이 정말 좋아했던 스노보드를 즐겼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스노보드 선수로 입문한 이상호는 국내에 적수가 없었다. 그래서 중학교 3학년 때 세계로 눈을 돌렸다. 18세였던 2013년 국제스키연맹(FIS) 캐나다 대회 주니어선수권에서 우승, 2014년 FIS 세계주니어선수권 준우승, 2015년 같은 대회 우승 등을 통해 ‘배추 보이’의 존재를 알리기 시작했다.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서 2관왕에 오른 뒤엔 많은 이들이 자신의 별명을 불러줬고, 24일 평창 휘닉스스노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선 한국 스키 최초로 은메달을 획득하며 온 국민에게 확실히 각인시켰다.

이상호가 25일 코리아하우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이상호가 25일 코리아하우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촌스러워 보일 수도 있는 별명을 이상호는 기쁘게 받아들였다. 그는 25일 강릉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나를 가장 설명해줄 수 있는 별명”이라고 했다. 전날 배추 꽃다발을 받은 것에 대해선 “외국인 코치님들이 채식주의자라서 기쁜 마음으로 기부를 했다”며 웃었다.

이상헌 대표팀 감독은 “어렸을 때 배추밭에서 즐겁게 탔던 좋은 기억이 너무나 소중하기 때문에 항상 즐거워하고, 지금 행복하다는 자존감도 형성됐다”며 “올림픽을 처음 치른 ‘신성’인데, 자기가 정말 스노보드를 정말 사랑하면서 운동을 해왔다는 것이 지금의 상호를 만들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상호도 “스노보드를 할 수 있다면 모든 것을 이겨냈을 정도로 행복했다”며 “스노보드로 인해 부담이나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지만 그래도 내 인생에서 가장 설레고 재미있던 것이 스노보드”라고 애착을 드러냈다.

아들이 한국 스키의 새 역사를 쓴 현장에서 지켜봤던 아버지 이차원씨는 “상호의 소질이 어디까지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고, 단지 보드 타는 것을 좋아했을 뿐”이라며 “배추밭에서 여기까지 온 세월이 생각났다. ‘과연 이런 날이 올까’ 생각도 했고, 남들이 무시한 적도 있지만 결국 아들과 저의 판단이 옳았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씨는 또한 “굉장히 꼼꼼하고 이루려고 하면 해낸다”면서 “(자신이) 얘기한 것에 대한 결과를 꼭 얻는다”고 아들을 자랑스러워했다.

강릉=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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