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한반도 문제 본질적 해결해야”
북미대화 촉구하며 북핵문제 언급
北측, 조명균ㆍ서훈 따로 만날 듯
군사회담ㆍ이산 상봉 논의 관측
북한이 25일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문재인 대통령 접견을 통해 북미대화 의향을 공식 표명했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극적인 북미접촉이 성사될 가능성이 커졌다. 김 부위원장은 접견에서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같이 발전해야 한다는 뜻도 밝혀 향후 한반도 정세 해빙 국면의 분수령이 될지 주목된다.
평창올림픽 폐회식 북측 고위급 대표단 단장 자격으로 방남한 김 부위원장은 이날 폐회식 직전인 오후 5시부터 1시간 동안 강원 평창군 모처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 “북미대화를 할 충분한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에서 밝혔다. 북측은 또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같이 발전해야 한다는 데 생각을 함께했다고 김 대변인은 전했다. 문 대통령이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문제의 본질적 해결을 위해서라도 북미대화가 조속히 열려야 한다"고 하자 김 부위원장이 이에 동의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10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특사 자격으로 청와대를 방문한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3차 남북정상회담 관련 친서를 전달하자 정상회담 여건으로 북미대화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다. 김 부위원장의 이날 발언은 당시 문 대통령 발언에 대한 북측의 호응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상대 의중을 알기 위한 ‘탐색적 대화’ 형식의 북미접촉이 조만간 가시화할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접견에서 ‘한반도 문제의 본질적 해결’이라는 표현으로 북핵 문제도 언급했다.
앞서 북측 대표단은 이날 오전 10시쯤 경의선 육로와 경기 파주시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로 입경해 저녁에는 평창올림픽 폐회식에 참석했다. 애초 문 대통령은 26일 청와대에서 김 부위원장을 접견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천안함 폭침 관련 여론과 미국 반응 등을 고려해 이날 평창에서 의전 수준을 낮춰 비공식 접견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북측 고위급 대표단은 27일 귀환할 때까지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서훈 국가정보원장 등과 따로 만날 것으로 보인다. 조 장관이나 서 원장과의 협의에서는 남북 군사당국회담이나 이산가족 상봉이 논의될 수도 있다. 접견에서도 문 대통령은 “남북관계가 앞으로 광범위하게 확대되고 진전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고, 이에 김 부위원장이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같은 의지를 지니고 있다”고 했다고 김 대변인은 전했다.
북미대화 분위기가 형성된 만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장녀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 등 미국 정부 대표단이 출국하는 26일을 전후해 북미접촉이 실현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성사된다면 북한 대표단에 속한 대미(對美) 외교 당국자 최강일 외무성 북아메리카국 부국장과 미 대표단의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보좌관 간 실무 접촉 형태가 될 거라는 관측이다.
해빙 국면을 이어가기 위해서나 격앙된 국내 반북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서나 문재인 정부에게 절실한 건 어떻게든 비핵화 관련 성과를 내는 일이다. 고비는 한미연합 군사훈련이 재개될 3월 말과 4월 초 사이다. 한미 공조와 북한의 추가 도발 여부가 정세 변화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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