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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하다는 말밖에…” 김보름, 폐회식도 불참

입력
2018.02.25 17:06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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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메달 따고도 고개 숙여

김보름이 24일 강릉 오벌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매스스타트에서 2위로 레이스를 마친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강릉=김주영기자
김보름이 24일 강릉 오벌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매스스타트에서 2위로 레이스를 마친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강릉=김주영기자

축하 받아 마땅할 자리에 눈물만 뚝뚝 떨어졌다. 많은 함성 소리도, 목에 건 메달도 마음에 와 닿지 않았다. 고개를 푹 숙인 채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그저 이 힘든 시간이 빨리 지나가기만 바랐다.

여자 스피드스케이팅의 김보름(25)은 24일 강릉 오벌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매스스타트에서 자신의 올림픽 무대 첫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레이스 막판 2위로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간 주먹을 쥐며 잠깐 기뻐했지만 이내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태극기를 들고 링크를 돌 때는 두 차례 멈춰서 관중을 향해 큰절을 올렸다.

김보름은 링크를 빠져 나온 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도 시선을 바닥에 고정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했다. 어렵게 입을 연 그는 “죄송하다는 말밖에 떠오르지 않는다”며 “죄송한 마음이 커서 국민들께 사죄하는 큰절을 했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장에서도 메달리스트가 거듭 사과를 하자 외신 기자는 ‘왜 그러느냐’고 물었고 김보름은 “나로 인해 많은 일들이 있었기 때문에 사과를 드리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답했다.

김보름은 지난 19일 치른 팀추월 준준결승에서 ‘왕따 논란’을 일으켰다. 박지우(20), 노선영(29)과 팀을 이뤄 노선영을 뒤에 멀찌감치 따돌리고 두고 박지우와 함께 결승선을 통과했다. 마지막 세 번째 선수의 기록으로 순위를 가리는 종목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레이스였다. 이후 노선영을 따돌리는 듯한 모습과 방송 인터뷰는 국민적 공분을 샀다. 이튿날 공식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며 사과했지만 성난 민심은 돌아올 줄 몰랐다.

속죄의 큰절을 하고 있는 김보름. 강릉=김주영기자
속죄의 큰절을 하고 있는 김보름. 강릉=김주영기자

비난이 쏟아지자 김보름은 어쩔 줄 몰라 했다. 21일 폴란드와 팀추월 7~8위전 도중엔 야유도 나왔다. 충격 받은 김보름은 24일 주력 종목 매스스타트를 앞두고 이틀간 아무 것도 먹지 못하고 울기만 했다. 동료들이 식사를 가져다 주며 위로하기 시작했고 심리상담 전문가와 스님까지 찾아와 마음의 부담을 덜어주려 했다.

자신의 두 번째 올림픽을 악몽처럼 보낸 김보름은 24일 밤 경기를 마치고 바로 선수촌에서 나왔다. 25일 폐회식도 참석하지 않고 당분간 지친 심신의 안정을 찾기 위해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김보름 측 관계자는 “다음 달에 세계올라운드선수권대회가 있지만 출전하지 않는다”며 “그 동안 마음의 고생이 심해 3~4월엔 쉬면서 다음 시즌을 준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릉=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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