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구호단체 직원들의 성 추문이 잇따라 드러나 파장이 이는 가운데, 국제적십자사(ICRC)에서도 성매매 등 부적절한 성 비위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ICRC의 이브 다코르 회장은 직원들의 성 비위 조사 결과, 2015년 이후 성매매 사실이 문제가 돼 조직을 떠난 직원이 21명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23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다코르 회장은 이날 성명을 내고 이 같이 밝히면서 문제의 21명에 대해 “해고되거나 내부 조사기간 중 사임했다”고 설명한 뒤,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또 다른 2명은 계약이 갱신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런 사실을 알리게 돼 매우 슬프다”며 “이는 우리가 봉사하는 사람들과 지역에 대한 배반”이라고 사과했다. 전 세계에 1만7,000명의 직원을 두고 있는 ICRC는 성매매가 합법인 국가에서조차 직원들의 성매매를 금지하고 있다.
다코르 회장은 특히, 직원들의 비위행위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거나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는 점에 우려를 표하면서 ‘조직 문화 정비’를 약속했다. 그는 “(직원들의 비위에 대하) 침묵이 깨졌다는 게 중요하다”며 “인도주의 영역 전체에도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ICRC의 발표는 옥스팜을 시작으로 국제구호단체 직원들의 ‘성 스캔들’이 잇따라 폭로되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해외 언론들은 옥스팜 직원들이 2011년 구호활동을 벌인 아이티에서 성매매를 한 것은 물론, 원조를 대가로 성관계 요구까지 했다고 전하고 있다. 옥스팜은 정부 지원금이 끊겨 존폐 위기에까지 몰리고 있다. 이후 국경없는의사회는 조직 내 성희롱ㆍ성폭력 24건을 적발한 뒤, 직원 19명을 해고했다고 자발적으로 공개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의 전직 최고경영자(CEO)도 재직시절인 2011년과 2015년, 동료 여직원에게 부적절한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가 사임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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