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축구팀 맨체스터 시티 감독 주제프 ‘펩’ 과르디올라가 프리미어리그를 운영하는 잉글랜드 축구협회(FA)의 징계 대상으로 기소됐다. 그가 카탈루냐 독립운동 지도자들을 지지하는 의미로 가슴에 단 ‘노란 리본’ 때문이다.
FA는 23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과르디올라가 겉옷에 달고 있는 노란 리본 상징은 정치적 메시지라 FA의 복장 및 광고 규정을 위배하는 것”이라며 징계 의사를 밝혔다. FA는 과르디올리가 3월 5일까지 기소에 응답할 것을 요구했다. FA는 이미 지난 12월부터 두 차례에 걸쳐 과르디올라에게 공식적인 경고를 보낸 바 있다.
과르디올라 본인은 지난 12월 리본의 의미를 공개 설명하며 리본을 계속 달겠다고 밝혔다. 그는 “스페인에서 특정인(독립운동 지도자들)이 정부가 원하지 않는 투표를 지지했다는 이유로 수감돼 있다. 이는 공정하지 않다”라며 “그들이 감옥 안에 있는 동안 이것(리본)은 나와 함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재 논란에 대해서 “그들이 감옥에 있는 것에 비하면 내가 제재를 받는 건 아무 것도 아니다. UEFA(유럽축구연맹), 프리미어리그, FIFA(국제축구연맹) 어디든 나를 제재하더라도 (나는) 괜찮다”라고 말했다.
과르디올라의 위반 논란을 부른 FA 규정은 FIFA 규정 4조를 준용해 경기에 임하는 선수와 스태프의 유니폼에 정치적 표현을 금지한다. 다만 최근 FIFA는 규정 일부를 바꿔서 양 팀이 합의하면 가능하도록 허용했다. 역설적이게도 규정 변경의 원인을 제공한 것이 바로 잉글랜드축구협회를 비롯한 영국 연합왕국 소속 국가의 축구팀들이다. 이들은 지난 2016년 1차 세계대전 전사자 추모를 위해 양귀비 완장을 달고 경기에 뛰겠다고 주장하면서 FIFA와 충돌했다.
지난 10월 진행된 카탈루냐 분리독립 주민투표는 스페인 정부에서 불법으로 규정됐고 이 과정에서 독립운동 지도자들인 조르디 쿠사르와 조르디 산체스가 반란ㆍ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이후 과르디올라는 경기나 기자회견 등 공식석상에서 노란 리본을 달고 활동하기 시작했다.
현재 스페인에선 산체스와 쿠사르 외에도 오리올 훈케라스 전 카탈루냐 자치정부 부수반과 조아킴 포른 전 자치정부 내무장관 등이 보석 신청도 거부당한 채 구속된 상태다. 카를레스 푸지데몬 전 자치정부 수반은 벨기에로 도피해 있다. 국제앰네스티는 쿠사르와 산체스의 재판 전 구금이 장기화하는 것을 두고 “집회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 권력 남용”이라고 비판했다.
카탈루냐 산트페도르 태생인 과르디올라는 카탈루냐 독립을 지지하는 대표적 유명인사다. 카탈루냐주 연고 축구팀으로서 지역의 자부심을 상징하는 세계적인 강팀 FC 바르셀로나를 수 차례 스페인 축구 1부리그 프리메라리가와 유럽 챔피언스리그 정상으로 이끌기도 했다.
이 때문에 과르디올라가 스페인 정부에 미운 털이 박힌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 바 있다. 카탈루냐의 지역 방송 ‘카탈루냐 라디오’는 22일 스페인 경찰이 푸지데몬의 행방을 찾는다는 이유로 바르셀로나 엘프라트 국제공항에 있는 과르디올라의 개인 비행기를 수색했고 과르디올라와 가족이 이 때문에 “충격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과르디올라는 이 보도를 확인하면서 “경찰은 그들이 할 일을 했고 그럴 권리가 있다. 우리 가족이 경찰 조사를 지켜봤고 그걸로 됐다”라고 논란을 진화했다.
현재 과르디올라가 감독을 맡고 있는 맨체스터 시티는 25일 리그컵 대회에서 아스널과의 결승을 앞두고 있는데, 경기 결과뿐 아니라 과르디올라의 가슴에 달린 리본도 주목할 대상으로 떠오르게 됐다. 영국 타블로이드지 메일은 “과르디올라는 아마 벌금을 물게 될 텐데 만약 그가 리그컵 결승에도 리본을 달고 나온다면 FA는 출장금지 등 더 강한 제재를 고려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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