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동계 올림픽 사상 최초로 설상 종목 메달을 따낸 ‘배추보이’ 이상호(23)가 잔 코시르(슬로베니아)와의 준결승 전을 가장 힘든 경기로 꼽았다.
이상호는 24일 강원 평창군 휘닉스스노경기장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남자 스노보드 평행대회전에서 은메달을 따낸 뒤 취재진을 만나 “4강에 오른 것만 해도 충분히 잘한 성적이고 그대로만 타면 누구라도 이길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며 “집중해서 탔더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소감을 전했다.
3위로 예선을 통과한 이상호는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생각되는 레드 코스를 8강전까지 선택했다. 예선 상위 선수에게는 16강에서 블루, 레드 두 코스 중 어느 코스에서 경기할지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다. 하지만 4강전에서는 레드 코스를 더 이상 선택할 수 없었다. 4강 상대인 코시르가 예선 2위의 성적을 거뒀기 때문에 선택권은 그에게 있었다.
이에 대해 이상호는 “4강전에서는 저보다 예선 순위 높은 선수랑 붙게 돼서 코스 선택 할 수 없었던 상황이고 그 동안에 경기 결과 보면 블루코스가 더 안 좋았던게 사실이지만 4강 올라 온 것만으로도 지금까지 충분히 잘 한 결과고 지금부턴 후회 없이 미련 남지 않는 시합을 하자는 마음을 가지고 경기를 펼쳐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전했다. 코시르에 0.01초 승리를 거둔 이상호는 “피니시 하자마자 전광판을 봤는데 ‘결승전 진출’이라고 나와서 너무 기쁘고 놀랐다”고 전했다.
이상호는 ‘배추보이’라는 별명에 대해서도 마음에 든다고 밝혔다. 그는 “재미있게 놀리실 수도 있는데 굉장히 좋은 별명 인 거 같다”며 “어떻게 스노보드를 시작해서 어떤 환경으로 여기까지 왔는지 가장 잘 설명해주는 별명”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상호는 끝으로 스노보드에 대한 지원이 더 늘어나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그는 “이른바 ‘이상호 키즈’들이 많다”며 “정말로 좋은 훈련 여건만 갖춰지면 잘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후배들 많은데, 어떤 동계종목보다도 후원과 지원을 조금밖에 못 받아 아쉽다”고 말했다.
평창=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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