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달의 영광 뒤엔 남모르게 땀 흘리는 이들이 있다. 드넓은 슬로프와 아이스링크 위를 쉴 새 없이 오가며 최적의 경기 조건을 유지하는 경기운영 및 관리요원들이다. 관중들의 박수갈채와 TV 중계 카메라가 그들을 향하지 않지만 그들은 오늘도 묵묵히 최선을 다하고 있다. 경기 사이사이 민첩하게 움직이는 그들의 모습을 따라가 보면 화려하고 짜릿한 겨울스포츠의 색다른 면도 발견할 수 있다.
#”햇빛을 가려라” 슬라이딩센터
100분의 1초를 다투는 스켈레톤과 루지, 봅슬레이는 트랙의 온도 및 결빙 상태가 경기 결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최상의 트랙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관리요원들의 섬세한 손길은 필수다. 강원 평창 올림픽슬라이딩 센터에서 관중이 가장 많이 몰리는 올림픽 코너의 경우 남향으로 설계되어 낮에는 햇볕을 직접 받기 때문에 자칫 트랙이 녹을 수 있다. 따라서 운영요원들은 트랙에 햇빛이 닿지 않도록 블라인드를 내렸다가 썰매가 출발하기 직전 블라인드를 올린다. 관중들이 썰매가 통과하는 모습을 볼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통과 직후 바로 블라인드를 내려 트랙을 보호하는 과정을 수도 없이 반복한다. 관중의 관람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경기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일사불란한 움직임이 필요한데 이 역할은 군 파견 인력이 담당한다.
#’얼음과의 싸움’ 아이스링크
빙판 위에서 경기를 펼치는 쇼트트랙이나 피겨스케이팅은 얼음 표면의 상태가 경기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쇼트트랙의 경우 코너 트랙 부분이 스케이트 날에 의해 얼음이 잘 패여 나가므로 선수들이 여기에 걸려 넘어지는 일이 속출한다. 따라서 빙판 표면을 수시로 보수해야 한다. 쇼트트랙 경기가 열리는 강원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선 경기운영요원들이 출발 조가 바뀔 때마다 코너에 물을 뿌리고 패인 부분은 얼음 조각으로 매운 후 소화기를 분사해 얼린다. 이 같은 정빙 과정이 지체될 경우 전체 경기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므로 운영요원들의 움직임은 선수들 못지않게 민첩하다.
스케이트 날로 빙판을 박차고 오르는 점프나 스핀 연기를 펼치는 피겨스케이팅 역시 빙판 훼손이 잦다. 아주 작은 스케이트 날 자국이라도 다음 선수의 연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수시로 보수한다. 경기 중간 휴식시간엔 여러 명의 운영요원과 자원봉사자들이 나와 패인 얼음 표면에 땜질을 하는 장면을 볼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거친 몸싸움과 격렬한 스케이팅이 이어지는 아이스하키는 빙판 손상이 가장 많은 종목이다. 경기가 진행될수록 스케이트에 깎이고 부서진 얼음 조각들이 빙판 위에 쌓인다. 특히, 몸싸움이 가장 치열한 골대나 코너 주변의 경우 얼음 조각이 수북해질 정도다. 이를 방치하면 빙판이 울퉁불퉁해지면서 정교한 퍽 컨트롤이 어렵다. 따라서 수시로 링크 보수에 나서는 경기운영요원과 자원봉사자들의 손엔 이 얼음 조각을 퍼내기 위한 삽이 들려 있다.
#슬로프 관리요원은 스키실력도 수준급
알파인스키나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등 기록 경기와 기술 및 경쟁 경기가 다양하게 열리는 슬로프 관리요원들은 뛰어난 스키 실력을 지니고 있다. 경사가 급한데다 미끄러운 경기장을 도보로 오가며 정비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혹한 속에 개막된 이번 올림픽에서 슬로프 관리요원들은 추위와 함께 강풍과도 싸워야 했다.
평창ㆍ강릉=김주영기자 wi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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