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인을 만나거든 꼭 안아주세요”
남자 아이스하키에서 세계 최강 캐나다를 꺾고 사상 처음으로 결승에 오른 독일이 들끓고 있다. 독일의 외무부까지 나서 축제 분위기에 흥을 더하고 있다.
독일 외무부는 24일(한국시간) 특별한 ‘해외 여행자 경고’를 발행했다. 외무부는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캐나다에 있는 독일인들에게 고도의 공감 능력을 보여줄 것을 권고합니다”라며 “그들에게 따뜻하게 대하고 그들의 패배에 고소해하지 마시고, 핫초코를 대접하세요”라고 발표했다.
물론 독일 외무부의 이런 발표는 진지한 정부 방침이라기 보다는 장난에 가깝다. 외교부에따르면 치안정세, 테러위협, 자연재해 등의 이유로 안전에 위협을 줄 수 있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가 여행경보를 발령한다. 1976년 인스부르크 대회에서 동메달을 따낸 것이 역대 최고 성적이었던 독일이 아이스하키로 세계 최강인 캐나다를 꺾어 들뜬 분위기를 익살스럽게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독일 외무부는 SNS글 말미에 “독일이 만약 축구에서 캐나다한테 졌다면 기분이 어떨지 역지사지로 상상해보라”고 덧붙이며 이번 승리에 담긴 의미를 높이 평가했다. 그러면서 독일과 캐나다 국기 사이에 하트 표시를 집어넣으면서 ‘경고’글을 마무리했다.
독일의 ‘놀림’에 캐나다도 그냥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다. 이어 캐나다 외무부 역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독일이 아이스하키 첫 금메달 기회를 잡은 것에 대해 축하한다”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첫 금메달을 딴 게 마치 어제처럼 느껴진다”며 “정확히는 1920년 대회다”라고 응수했다. 1920년 대회 당시 금메달을 차지한 캐나다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흑백 사진도 첨부됐다.
앞서 21일 강릉 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남자 아이스하키 준결승에서 독일이 전통 강호 캐나다를 4-3으로 이겨 결승에 진출했다. 아이스하키에 관해서는 세계 최강을 자부하던 캐나다는 5회 연속 우승에 도전한 여자 대표팀이 앞서 미국에 패해 은메달에 머문 데다가 3연속 우승에 도전하던 남자 대표팀마저 결승진출에 실패하면서 체면을 구겼다.
반면 독일은 2010년 밴쿠버 대회에서 11위에 머물고 2014년 소치 대회에서는 본선 진출에도 실패하는 등 아이스하키 변방에 머물렀지만 이번 대회에서 사상 처음으로 결승에 진출해 최고의 이변을 연출했다.
평창=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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