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ㆍCIA 동원 준비했는데
靑, 소통 기회 날아가 아쉬워 해
펜스의 개회식 리셉션 모습은
외교 결례 아닌 의도된 행동으로
김여정과 올림픽 응원단 방남에
외신 “미소정치” “음악정치” 평가
4월 한미연합 군사훈련 재개 땐
文정부 운전자론 진짜 시험대에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굳게 닫혀있던 남북 간 땅길, 하늘길, 바닷길이 모두 열렸다. 김일성 주석 일가인 북한의 ‘백두혈통’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의 방남과 3차 남북정상회담 제안, 10일 북미 고위급 회동 추진 등 한반도 정세를 둘러싼 숨가쁜 움직임이 계속됐다. 올림픽 기간 북한 고위급 대표단과 응원단의 방남이 남긴 의미를 짚어보기 위해 카톡방을 열었다.
고구마와 사이다(사이다)=지난해 도발 일색이던 북한이 평창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대규모 응원단과 공연단을 보내는 등 유화의 손짓을 보낸 이유는 무엇인가요.
마음은 콩밭에(콩밭)=응원단과 공연단은 체제 선전 기능을 갖고 있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밝힌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차원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삼각지 미식가(미식가)=응원단과 공연단은 평화 분위기를 띄우려는 바람잡이 역할이죠. 남측도 내성이 생겼는지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당시 북한 응원단에 비해 큰 화제를 얻지는 못했습니다. 올림픽 참가를 통해 미국의 대북제재를 이완하려는 북한의 의도가 읽힌 탓이죠.
사이다=응원단과 공연단에 대한 현장 반응은 어땠나요.
또 와라 만경봉호=공연을 본 시민들은 “가슴이 벅찼다”는 반응이 많았어요. 10년 가까이 남북교류가 없다가 올림픽을 계기로 다시 시작됐다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응원단에 대해선 “신기하다”는 반응과 “기계적이다”는 반응으로 엇갈렸어요. 취재진의 질문에 거의 같은 답변으로 응대하는 수준이었거든요. 물론 북한 응원단도 경기에 흠뻑 몰입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여자 아이스하키 경기에선 준비된 율동 응원도 했지만 남북 단일팀이 퍽을 잡거나 슈팅을 하면 벌떡 일어나 “꺄악” 소리를 지르거나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도 보이더군요.
사이다=응원 도구로 활용한 남성 가면을 두고 김일성 얼굴 논란이 일었죠.
판문점 메아리(메아리)=이른바 ‘존엄’ 얼굴을 가면으로 만들어 눈구멍을 뚫는 일이 가능하지 않다는 게 북한 사정에 밝힌 인사들의 설명이에요. 사실 여부를 떠나 누구의 얼굴인지가 중요한 이유를 모르겠어요.
광화문 문지기(문지기)=같은 이유로 심증은 (김일성이) 아닌 쪽으로 굳어졌습니다. 그러나 20일 국회에선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응원단 가면을 찢는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죠.
사이다=김여정 제1부부장의 방남은 응원단을 묻히게 한 대형 이슈였죠.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화제였고요.
메아리=방남 관측은 있었지만 ‘설마’했던 게 사실이에요. 그만큼 북한이 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카드였고 통 큰 결정이었죠. 또 둘째를 임신한 것으로 확인됐는데 남측 체류 기간 엄청난 스트레스와 압박을 견뎌야 했을 것이란 생각에 연민도 드네요.
미식가=전세계의 주목을 받는 입장이었고, 김여정으로서도 첫 외교행보였잖아요. 더욱이 김정은 위원장의 분신 역할이었던 만큼 당당하면서도 국제사회의 제재에 굴복해 나온 게 아니라는 인상을 줘야 했겠죠. 그런 면에서 그의 행보는 상당히 안정적이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사이다=김 제1부부장은 청와대 접견에서 ‘김정은의 특사’로서 자신의 역할을 과시했어요.
콩밭=특사 언급을 먼저 꺼낸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었다고 해요. “특사 자격으로 오신 겁니까”라고 묻자, 김 제1부부장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특명을 받고 왔다”고 밝혔거든요. 과시라고 하기보다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밝힌 것이라 보여집니다.
문지기=영화 ‘스타워즈’의 “아이 엠 유어 파더”라는 대사가 생각나던데요. 처음부터 특사라고 밝히면서 방남했다면 이 정도로 임팩트가 크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사이다=외신들은 올림픽 기간 김여정과 응원단의 방남에 대해 ‘미소정치’, ‘음악정치’라고 평가했어요.
메아리=북한의 의도를 경계할 수 있지만 ‘저들도 웃고 고운 목소리로 노래하는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사람들’이란 느낌을 자연스럽게 들게 한 측면도 있습니다.
콩밭=외신들은 김 제1부부장에게 ‘북한의 이방카’, ‘올림픽에 외교 종목이 있다면 금메달감’이라며 호평을 했어요. 그가 방남 이전 국제외교무대 경험이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성공적 카드였습니다.
사이다=미국 고위급 대표단장으로 방한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행보는 어땠나요. 9일 올림픽 개회식 리셉션에 지각 입장해서 북한 대표단장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인사도 나누지 않고 5분 만에 퇴장한 것은 어떤 의도였을까요?
콩밭=처음엔 외교적 결례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뒤늦게 공개된 바와 같이) 다음날인 10일 북미 회동이 추진되고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해가 되는 부분이 있어요. 북한과 대화하기로 했으나 미국의 태도에 변화가 없을 것이란 신호를 줘야 했으니까요.
미식가=북한과 본격 대화할 때가 아니라는 미 정부의 의중도 반영됐을 겁니다. 방한 중 탈북자들과 만나 북한 정권의 잔혹성을 부각시키고 김영남 면전에서 본체만체 한 것은 잘 짜인 ‘대북압박’ 행보였죠.
사이다=결국 청와대가 주선했던 북미회동이 불발됐습니다. 비밀리에 진행했던 내용인데, 백악관이 회동 2시간 전 북한이 불참을 통보했다고 밝혔는데요. 주선자인 청와대가 곤혹스러울 것 같은데요.
올해도 낮술(낮술)= 국가정보원과 미 중앙정보국(CIA) 등 외교ㆍ정보라인이 총동원된 결과였죠. 그간 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과 관련해 비현실적이란 비판이 있었지만, 청와대에선 오래도록 치밀한 준비를 해온 것 같아요. 그러나 미국 국내 정치적으로 펜스 부통령이 방한 기간 별다른 외교적 성과를 내지 못하자 불발 사실을 공개해 북한에 책임을 떠넘긴 측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회동이 불발되자 청와대에선 북미 고위급 소통 기회가 날아간 데 대해 아쉬워하는 분위기도 있었죠.
문지기=한미가 비밀로 부친 건데 북한도 아니고 미국에서 발설하니 난감하겠죠. 다만 그간 북미대화와 관련해 사전 조율된 것이 없었다고 입장을 밝혔던 청와대와 외교안보당국 얘기는 거짓이 된 셈이죠. 앞으로는 북미 사이에 낙엽만 날려도 의구심을 떨치기 어려울 것 같아요.
사이다=25일 올림픽 폐회식에 참석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딸인 이방카 보좌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조우할 수 있을까요.
메아리=이방카 보좌관이 정치적 행보를 꺼릴 듯하고 북한에서도 외교라인인 리용호나 리수용이 아닌 대남라인 김영철과 리선권을 내려보낸 것은 미국과 만날 의사가 없다는 걸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 아닌가 싶어요.
낮술=백악관과 청와대도 가능성을 일축했습니다. 이미 회동이 불발된 상황에서 2주 만에 다시 만날 가능성이 작다는 건데요. 김여정ㆍ펜스 회동이 극비리에 진행됐고, 미국 대표단에 김영철 부장과 북한에서 만난 경험이 있는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한반도담당관 등이 포함됐다는 점에서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을 것 같아요.
사이다=평창올림픽을 남북관계ㆍ북미관계 개선의 촉매제로 활용하려고 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구상은 어느 정도 현실화한 건가요.
콩밭=북미회동 불발로 북미관계 개선이 쉽지 않다는 걸 확인했죠. 그러나 문 대통령 중재로 양측이 대화에 나서기로 결심했던 것 자체는 성과로 볼 수도 있겠죠.
미식가=올림픽 이후 한반도 긴장감 상승은 불가피합니다. 그동안 연기한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4월 재개되면 북한이 반발해 무력 도발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죠. 한국 정부의 고민도 여기에 있죠.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운전자론’도 이제 막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른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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