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한 명의 목숨을 앗아간 서울 양천구 목동 ‘행복한 백화점’ 엘리베이터의 추락 원인은 ‘브레이크 라이닝’(브레이크 표면의 마찰재)’의 마모로 인한 제동력 약화 때문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마찰재의 마모가 심각해 교체가 시급한 상황이었음에도 불구, 불과 한 달여 전 실시한 자체점검에서는 ‘A’등급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승강기 유지관리 업체 소장 등 4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24일 밝혔다. 지난달 20일 이 백화점 6층에서는 엘리베이터가 2m가량 내려앉아 내리려던 승객 조모(66)씨가 엘리베이터와 벽 사이에 몸이 끼여 사망한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를 낸 엘리베이터는 브레이크 라이닝의 두께가 최저 7.39mm로 마모가 심해 교체가 시급한 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매뉴얼에 따르면 이 엘리베이터는 브레이크 라이닝의 두께가 9mm 이하일 경우 부품을 교체해야 한다.
그러나 행복한백화점 엘리베이터 자체점검표(점수 A~C)에 따르면, 사고 엘리베이터는 12월 11일 자체점검 71개 모든 항목에서 ‘A’를 받았다. 추락 원인으로 지적된 ‘브레이크 시스템’ 역시 ‘A’였다. 브레이크 시스템은 사망 사고 이틀 뒤 재차 이뤄진 자체점검에서야 ‘C(긴급수리 또는 수리 필요)’를 받았다. 부실한 점검이 사고를 초래한 것이다.
관련법상 엘리베이터 점검은 ▦한국승강기안전공단이 1~2년에 한 번씩 실시하는 안전검사 ▦보통 건물주와 계약을 맺은 유지관리업체가 한 달에 한 번 이상 실시하는 자체점검으로 나뉜다. 안전검사가 있으니 굳이 자체점검에 공을 들이지 않는 게 현실이다. 실제 자체점검에서 엘리베이터 한 대를 점검하는 데 드는 시간은 1시간30분. 엘리베이터 기계실, 승강기 실내, 승강기 위, 각 층 승강장 등을 이동하며 최대 78개 항목을 점검하기엔 빠듯한 시간이다.
건물주와 유지관리업체의 엇나간 공생관계 역시 부실 점검의 구조적 원인으로 지목된다. 한국승강기학회 관계자는 “유지관리업체는 계약을 따고, 건물주는 형식적인 A 결과를 얻어가는 식”이라며 “건물주에 대한 사고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10년간 한국승강기안전공단에 신고된 엘리베이터 고장은 2만2,000건이 넘고, 사망이나 큰 부상으로 이어진 사고는 254건에 달한다.
한편 권씨 등은 경찰에서 정해진 지침대로 승강기 점검을 해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승강기 안전 점검이 부실하게 이뤄진 측면이 있는지, 담당자들의 과실 여부를 밝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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