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명성황후’와 ‘영웅’ 등을 제작하고 연출한 ‘뮤지컬 대부’ 윤호진(70) 에이콤 대표가 자신을 둘러싼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신작 뮤지컬 ‘웬즈데이’ 제작발표회를 취소한다고 24일 밝혔다.
최근 공연계에서 이윤택 연희단거리패 대표와 오태석 목화 대표 등 명망 있는 거장들에 대한 성폭력 고발이 잇따르는 와중에 윤 대표의 이름도 관계자들 사이에 거론되고 있었다.
윤 대표는 “최근 공연계에 불미스러운 성폭력 사건들이 불거지고 있는 것에 대해 오랜 시간 공연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참담함과 책임감을 느낀다”며 “저 역시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생각하며 제 이름이 거론된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러한 상황에서 신작 뮤지컬의 제작발표를 한다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생각”이라면서 “할머님들과 힘겨운 싸움을 하고 계신 분들께 저의 개인적인 의혹으로 누를 끼쳐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제작발표회 취소 이유를 설명했다.
에이콤이 새로 선보이는 뮤지컬 ‘웬즈데이’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피맺힌 삶과 그들을 위해 함께 싸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애초 28일 제작발표회를 열 예정이었다.
“저에 대한 의혹을 먼저 푸는 것이 순리”라고 밝힌 윤 대표는 “저의 행동으로 인해 불쾌함을 느끼신 분이 계시다면 진심으로 사과 드리고 싶다”며 “피해 신고센터나, 에이콤, 또는 주변 지인을 통해서라도 꼭 연락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윤 대표는 최근 문화예술계를 강타한 ‘미투(MeTooㆍ나도 당했다)’ 운동과 관련해 “50여년 간 공연을 하면서 앞만 보고 오며, 자부심에 취해 제 자신과 주변을 둘러보지 못한 것에 대한 자책이 든다”면서 “기득권에 속해 있는 한 사람으로서, 지금 용기 있는 분들이 목소리를 내고 있는 이 운동이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밑거름이 되기 바라며, 저는 이 운동에 걸림돌이 되지 않기 위해 삼성오신(三省吾身)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분들의 용기를 격려해주시고 지켜주시기 바란다”며 “또한 공연계의 권력과 기득권의 성폭력 문제로 인해, 이 시간에도 땀 흘리고 있는 제작진과 배우들의 순수한 열정에 피해가 없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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