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잘 봐달라” 전화 받은 뒤
수사 정보 전달 진술 확보
검찰이 현직 검사 수사정보 유출에 간부 검사가 연루된 정황을 포착하고 ‘윗선’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공군비행장 인근 주민들의 소음피해 배상금(지연이자)을 가로챈 의혹으로 시작된 최인호(57ㆍ사법연수원 25기) 변호사 사건이 검찰 게이트화 하는 모양새다.
23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서울고검 특별수사팀은 부산지검 서부지청 추모(36) 검사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2014년 “최 변호사를 잘 봐달라”는 K 지청장 전화를 받고 수사 정보를 최 변호사에게 넘겨줬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K 지청장은 사법연수원 동기인 최 변호사와 친분을 쌓아왔고, 2013년 추 검사와 같은 부서에 근무할 때 최 변호사를 소개해 만난 적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2014년 초 최 변호사는 광고대행 등 사업파트너였던 조씨를 회삿돈 횡령 혐의로 고소하면서 마찰을 빚었다. 이 과정에 조씨가 자신의 비리를 폭로할 움직임을 보이자, 최 변호사가 폭로를 막기 위해 검사 인맥을 동원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조씨 사건 공소유지를 맡은 공판 검사였던 추 검사는 K 지청장 전화를 받은 후 최 변호사에게 조씨가 구치소에서 접견한 사람들의 목록과 대화 내용이 담긴 녹음파일 147개를 비롯해 수사 상황이 담긴 각종 파일을 넘겨줬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최 변호사 주거지와 사무실을 압수수색 하면서 이 자료들을 비롯해 인터넷 서신기록, 전과조회서 등 조씨 관련 개인정보를 확보하고 유출 경위를 추적해 지난 21일 추 검사를 긴급체포했다. 추 검사는 이 자료들을 최 변호사에게 건넨 사실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은 K 지청장을 상대로 최 변호사 관련 청탁 및 금품 거래 여부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검찰은 또, 최 변호사가 공군 비행장 소음 피해 소송의 지연이자를 가로채고 거액을 탈세한 정황을 일선 지검에서 두 차례나 포착하고도 제대로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배경도 캐고 있다. 특히 2015년 2월 수감 중인 조씨 진정으로 최 변호사의 횡령과 탈세 혐의를 수사한 서울서부지검은 수사 초기 최 변호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법원에 최 변호사 예금에 추징보전명령 청구까지 했지만 기소할 때 탈세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 서울고검 특별수사팀은 이날 거액을 탈세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및 사문서 위조 등)로 최 변호사를 구속기소했다. 당시 서울서부지검의 부실수사가 입증된 셈이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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