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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계규 화백의 이 사람] ‘야누스’ 이윤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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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계규 화백의 이 사람] ‘야누스’ 이윤택

입력
2018.02.23 17:2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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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택 캐리커처. 배계규 편집위원
이윤택 캐리커처. 배계규 편집위원

“제 죄에 대해 법적 책임을 포함해 그 어떤 벌도 달게 받겠습니다”

한국 연극계 아이콘이었던 이윤택(66) 연극연출가는 자신의 또 다른 얼굴이 만천하에 드러나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이끌어 온 극단 연희단거리패 내에서 20년 가까이 단원들을 상대로 상습 성추행을 벌여온 것에 대한 사과였다.

연극인들은 이 연출가를 ‘이샘’으로 불렀다. 수많은 연극연출가, 극작가, 배우들에게 그는 선생님이었다. 그는 문화 게릴라를 자처하며 비주류 출신으로 연극계 주류가 된, 연극계 거장이었다. 선생님의 얼굴 뒤에 숨어있던 성폭력 전력이 과거 그로부터 피해를 입은 당사자들의 ‘미투(#MeTooㆍ나도 당했다)’ 폭로로 드러났다.

첫 폭로 후 5일 만인 지난 19일 이 연출가는 공개 사과 기자회견을 열었다. 성추행 혐의를 인정하고 사과했지만 성폭행 의혹은 부인했다. “성관계는 있었지만 폭력적이고 물리적인 방법으로 강제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이 사과 후 극단 내부에서 성폭행과 성추행 사실을 알면서도 쉬쉬했다는 내부고발까지 이어졌다. 기자회견 역시 사전에 ‘더 불쌍한 표정’을 짓도록 리허설까지 진행한 쇼였다는 폭로였다.

이 연출가가 1986년 부산에서 창단해 이끌어 온 연희단거리패는 이번 폭로가 있기 전까지 이상적인 연극 공동체라는 평가를 받았다. 단원들이 숙소에서 함께 먹고 자며 연기를 공부하고 생활했다. 실험적인 작품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그러나 이 공동체 정신은 그동안 존재해 온 극단 내 성폭력 묵인이라는 또 다른 가해를 낳았다.

김소희 연희단거리패 대표는 “‘우리 선생님’이라는 생각과 그동안 성폭력이라는 인지를 제대로 하지 못해 이러한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연극계 우상은 그 자체로 주변인들의 입을 막는 존재가 돼 버렸다. 그리고 우상은 성추문이라는 부메랑을 맞아 무너졌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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