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숙대 졸업한 우제봉 할머니
걱정했던 대학원 영어시험 만점
지도교수 “꼿꼿이 수업들어” 극찬
“다음 꿈은 실버 패션 전문 디자이너입니다.”
23일 오후 숙명여대서 열린 전기 학위수여식에서 국내 최고령 석사학위를 취득한 우제봉(89)할머니가 새로운 꿈 이야기를 꺼냈다.
우리 나이로 올해 구순이 된 우씨는 2014년 당시 국내 최고령 나이로 숙명여대 특수대학원 실버비즈니스전공 석사과정에 들어간 지 4년 만인 이날 석사학위를 수여했다.
이날 졸업식에서 우씨는 ‘실버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과 인지연령에 따른 의류점포선택요인에 관한 연구’로 우수논문상도 받았다. 그는 “실버층을 대상으로 한 패션이 다양하지 못해 직접 시장에 뛰어들고자 연구한 것”이라고 논문 주제 선정 이유에 대해 말했다.
우씨는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만학도가 됐다. 그는 생전 여러 곳에 기부를 해오던 남편과 2012년 사별한 뒤 자신도 남을 도우며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이왕이면 자식들에게 손을 벌리지 않고 직접 돈을 벌어보고자 대학원 진학까지 결심했다고 한다.
우씨 지도교수인 김숙응 교수는 “고령에도 수업마다 맨 앞에서 8시간을 꼿꼿이 앉아 들을 정도로 학업에 대한 열정이 대단했다”며 “논문도 주제를 정한 지 1년 만에 완벽히 마무리해 젊은 학생들보다 낫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영어에 대한 걱정이 가장 컸는데, 노력 끝에 대학원 영어시험을 만점 받을 정도로 일취월장했다.
우씨는 “앞으로 실버 의류를 직접 디자인하거나 판매하는 비즈니스를 운영하고 싶다”며 “번 돈으로 기부도 하면서 건강이 닿는 데까지 일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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